
동양종금증권은 지난 17일 ‘차익실현의 시대와 금의 미래’ 보고서에서 최근 금값의 하락이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추세반전이 아니라 일시적인 조정에 가까워 추가상승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주말 원자재가격이 급락하며 투자자는 시세차익에 따른 대세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WTI 국제유가를 비롯 금가격이 3.3% 하락했으며 은, 구리 등도 각각 5.3%, 2.4% 떨어졌다. 농산물도 옥수수, 밀이 각각 5.3%, 4.9% 하락했다.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설탕도 11%가 넘게 급락하는 등 모든 원자재가 무차별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모든 원자재가 조정을 받았다고 금과 나머지 원자재를 똑같이 평가하면 큰 오산이다. 귀금속 가격하락은 일반적인 상품가격 하락과 다르다는 게 이 보고서의 요지다. 그리스가 촉발한 유로존 부채위기로 지난 5월 상품지수는 증시와 비슷하게 조정을 겪은 반면 금가격은 상승흐름을 계속 이어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금값 상승을 이끄는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낮아지는 것도 호재다. 과거처럼 ‘인플레이션 = 긴축정책 강화’ 공식이 성립돼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즉 물가상승에 수혜를 받는 상관관계는 덜하다. 최근 금 가격하락은 인플레이션보다 인플레이션 이후의 긴축정책 우려의 영향이 컸다.
동양종금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적극적 시장개입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이라는 전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현재의 인플레이션 우려는 정부 또는 중앙은행의 긴축정책 개입과 직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또 “유로존 금융위기의 재점화는 금값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아니다”며 “투자자의 차익실현을 제공한 원인은 중국 물가상승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플레 대신 확장 혹은 긴축정책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유동성이 금값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최근 글로벌 통화량이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것을 감안하면 신흥국 경제의 과열과 긴축정책이 현재 전체 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낮다. 또 중국 긴축가능성으로 원자재시장이 위축됐으나 물가상승율속도는 완만하다. 이같은 변수들도 금값이 고점대비 가격조정으로 투자심리는 위축되지만 투자수단으로서 금의 매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국 위안화 절상도 금값 오름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절상에 따른 달러가치하락으로 위안화에 배팅하기가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금이 대안투자로 부각될 가능성도 높다. 이석진 연구원은 “최근 금가격 하락은 일시적 조정 가능성이 높다”며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 한정돼 전체 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추가상승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