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경기회복 미약해도 조정해야
“글로벌 위기로 아시아성장모델의 구조가 수출에서 내수중심으로 달라지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소비와 지출이 수렴하고 균형있는 모습이 보일 것입니다.”
모건스탠리 스티븐 로치 아시아회장〈사진〉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시아시장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금융위기 전후로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구조가 각각 ‘내수→수출’, ‘수출→내수’로 바뀌며 세계경제가 균형을 찾는다는 것. 그 과정에서 균열이 생기면 세계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주목한 건 선진국과 신흥국의 역할이 바뀌는 패러다임 변화다. 중국을 필두로 신흥국은 수출중심으로 고성장세를 유지한 반면 선진국은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소비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갭을 어떻게 메우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고 보고 있다.
스티븐 로치 회장은 “아시아성장모델이 원동력인 수출주도형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외부수요에 타격을 받아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성장원천이 수출에서 내수중심으로 바꿔야 아시아가 진정한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균형관점에서 보면 현실은 녹록치않다고 한다. 세계경제의 큰손인 미국이 앞으로 3~5년동안 소비성장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이를 커버해줄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소비증가속도가 이를 못미친다는 것. 발등의 불로 떨어진 수요감소시대에 이들 나라들이 하루빨리 수출주도형에서 내수시장형으로 바뀌지 않으면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제껏 수출, 고정투자로 역동적 성장을 해온 중국이 수출에서 내부민간소비증가에 초점에 맞춰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중국경제구조 변화의 수혜국으론 최대 교역국인 우리나라를 꼽았다. 이에 따라 대중국수출이 급증할 소비재, 대체에너지, 그린에너지 등의 업종이나 펀드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스티븐 로치 회장은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미스트로 활동하며 중국경제 등 글로벌 이슈에 관련 월스트리트에서 영향력이 있는 분석가로 꼽힌다. 정부기관, 정책입안자들에게 자문을 주며 최근엔 홍콩경제전문 위원단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의 저서인 ‘넥스트아시아’ 한국어판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로치 회장은 정부정책에 쓴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특히 더딘 출구전략시점에 대해 “한국의 저금리기조는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며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위기상황을 벗어났는데도 금리인상을 늦추는 건 리스크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경기회복세 미약을 우려한다면 그에 맞게 금리인상을 조정하면 된다”며 “시기를 못맞추면 2003년, 2007년 버블을 유발했던 금리정책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