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책은행 꼬리표 떼기 고전 예상
기업은행이 상업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한 길 닦기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은 민영화를 앞두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인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한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벗어던지고 공격적인 영업확장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은 묵직한 국책은행의 꼬리표가 따라붙은 기업은행의 변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1961년 설립 이후 지난 40여년간 입고 있었던 국책 금융기관이라는 옷을 벗어던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개인금융 시장 적극 개척
기업은행은 올해안에 전방위에 걸쳐 영역을 확장, 수익을 극대화하고 은행권 경쟁에서도 승자가 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윤용로 행장은 지난 26일 상반기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개인과 기업금융간 확대 균형 성장을 이뤄 개인고객 1000만명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은행은 개인고객 유치 영업을 최우선으로 하고 개인수신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영업점에서 조달한 총 수신 70조원 가운데 개인 수신 잔액은 28조원, 수신비중이 40%인 가운데 올해에는 절반 이상으로 확대해 가기로 했다.
또 소매금융 시장의 확대 일환으로 가계대출도 확대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비중은 지난 2007년 81.3%에서 2009년 79.8%로 줄어든 반면 가계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동안 17.2%에서 18.3%으로 늘어났다.
기업은행은 소매금융의 경쟁력도 강화해 종합금융회사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개인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점포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달 기업은행은 롯데마트 매장(울산 진장점, 대전 대덕테크노밸리점)에서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IBK 스토어 뱅크’를 오픈했고 까페식 신개념 점포인 ‘IBK월드’도 은평뉴타운, 문정훼미리타운, 부산퀸텀지점 등 총 3곳에 열었다.
현재 610개인 일반 영업점도 올해 안에 지점 40개를 신설, 부족한 영업망을 확충키로 했다. 신설점포 가운데 15개 정도는 프라이빗뱅킹(PB)지점 또는 까페식 신개념 점포인 ‘IBK월드’ 등으로 구성해 개인금융에 특화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퇴직연금 등의 연금사업을 활성화 하기 위해 은행이 지분 100% 보유하는 퇴직연금 전문 보험사도 설립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민영화는 수년의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정책자금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튼튼한 수신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미리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 반응 시큰둥
기업은행의 이처럼 상업은행으로 탈바꿈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지만 시중 은행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개인상품 및 영업점 확대 등 개인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영업력 면에서나 개인고객과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새 시장을 뚫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의 자산구조는 80% 이상이 중소기업에 편중되어 있고 가계대출을 늘린다고 해도 기업은행의 고유영역인 중소기업 지원에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아직까지 국책은행 이미지가 더 강한만큼 기업은행의 변신은 당분간 고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