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같은 배경에는 4분기 경기회복 둔화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가파른 원화절상에 대해서도 과거의 사례를 보면 1100원까지 하락하더라도 외국인의 매수여력은 유지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도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였지만, 기관과 개인의 차익매물로 지수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원화강세에 따라 4분기에는 기업이익 모멘텀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예상 때문이다.
교보증권 변준호 연구원은 이날 “미국의 제로금리와 경기 회복으로 앞으로 달러화의 약세는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과거 외국인이 달러달 1100원 수준에서도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던 사례를 감안할 때 추세적인 매도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밀고 내려간 지난주 후반에도 외국인은 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이며, 지수 회복의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9일 기준금리 동결 이후 외국인은 공격적인 순매수를 보였다.
변 연구원은 “과거에도 기준금리의 인상시점부터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현저히 약화되거나 순매도로 전환했다”며 “국내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일시적인 순매도 전환과 좀더 관련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 조기 기준금리 인상이 어렵고, 국내 증시의 가격 부담이 덜한 점을 감안할 때 여전히 외국인 순매수의 여건은 조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원/달러 환율이 1100원수준에서 지지되고 있을 때도 외국인의 순매수는 이어졌고, 2004년에는 1100원을 밑돌면서 외국인의 증시 매매패턴이 변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기회복 및 투자심리가 우호적이어서 중국의 수출 감소폭 둔화,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을 웃돈 점에서 경기회복의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결국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금리인상이 있을 때까지 혹은 가격부담이 다시 심화되거나 환율이 1100원 수준을 밑돌기 전까지는 외국인의 순매수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LIG투자증권 유신익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하락속도가 점차 정체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매수개입 및 달러채 발행에 대한 정책적 유인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4원 오른 1164.5으로 나흘만에 큰폭 반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 연구원은 “앞으로 하락 속도가 다소 완만해질 수는 있지만 꾸준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과거 외환위기 이후와 현국면을 비교해 보면 지금 추세에서 원화가치가 보다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98년 당시와 이번 금융위기간의 차이를 보면, 98년에는 달러가치가 견조한 흐름을 보였고, 대체상품이 부재했다”며 “최근에는 미국의 경기회복이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리스크 요인이 증대되는 가운데 금가치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달러와 금의 가치 역전현상에 따라 그 차이만큼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다른 통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유 연구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보다 강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신흥국의 성장동력과 자본회전력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시장과의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원화의 상대가치 상승이 지속돼 외국인의 매수세를 보다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외국인 순매수 여건의 조성은 최소한 올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