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면서도 경기회복 기대감과 저금리 기조 지속 분위기를 틈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소득은 그대로 대출만 늘어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우리, 하나, 국민은행 등 4대 가계신용대출 총잔액은 8월말 현재 68조5777억원으로 올 들어 4월부터는 7월 말을 제외하고는 매월 늘어났다. 이에 가계신용대출은 4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조3000억원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총잔액도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총잔액은 176조8701억원으로 올해 1월보다 8조원이 늘었고 매월 증가폭은 2월을 제외하고 1조원 이상의 증가폭을 보였다.
이처럼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문제는 가계의 소득과 자산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가계의 채무부담을 나타내는 가구당 평균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지난해 139.9%에서 올해 1분기에 142.3%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말 현재 개인 금융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산)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지만 금융부채도 3월말 대비 818조 4000억원으로 15조 9000억원으로 2%나 증가했다.
지표상으로만 볼 경우 순자산이 늘어났지만 이는 지난해 금융위기로 펀드 투자 등의 손실이 최근 주가 상승영향으로 회복되면서 자산 증가에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자산 증가는 최근 주식시장 반등 등 비거래 요인의 영향이 컸던 만큼 실질적으로 고객들의 자산이 늘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CD금리 상승세로 이자 부채질
이런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대출 원금과 이자 부담이 동시에 커지게 되자 개인 파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르면서 이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상승추세에 있다.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16일 2.63%로 지난 2월12일 기록한 2.64%이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20.3%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7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도 전월 대비 0.04%포인트 오른 0.63%를 기록했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에 0.01% 오른 0.44%를 나타냈다.
이처럼 대출이 늘어난 상태에서 연체율이 증가하고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은 커지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와 비슷한 정도로 가계부채가 증가한다면 올해 말에는 가계부채가 카드버블 붕괴사태때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가계부채가 늘면 금융기관과 가계의 부실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저축률이 낮아져 투자가 둔화되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진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도 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과정에서 가계부문의 신용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가계의 금융부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