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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최성해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8-11-30 23:46

요즘 우리나라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무엇일까. 어려운 경제상황 탓에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 주범으로는 환(換)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환율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키코 가입 중소기업. 키코(KIKO)는 일종의 통화옵션상품으로 여기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은 환율급등으로 손실조건이 발동되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손실로 생존의 갈림길에 놓였다.

실제 LCD업체인 태산엘씨디는 지난 3분기 통화옵션으로 609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는 자기자본의 88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지난 9월 흑자부도를 낸 뒤 채권단공동관리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이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6342억원. 우량 중소기업조차 단지 키코를 가입한 이유만으로 여지껏 쌓은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진 셈이다.

하지만 정작 아쉬운 점은 다른데 있다. 환율급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환 쇼크를 겪어 그때의 시행착오를 거울로 삼아 보완했으면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다.

실제 한 베테랑 딜러는 유독 환의 경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꼽은 가장 큰 문제는 환교육의 부재. 말단 딜러부터 시작, 본부장까지 오르면서 한때 환율이 2000원으로 폭등한 것을 목격하기도 했던 그는 환으로 구제금융까지 받으면서도 정작 환에 대한 교육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꼬집었다.

실제 그의 주장대로 환 관련 교육은 늘어난 수출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기업관련 단체들이 교육을 진행하지만 분기별로 3~4회에 불구하고, 그나마 선물협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파생상품교실도 수박겉핥기식으로 진행돼 환교육을 확산시키는데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

당사자인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도 환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기는 별반 다를 게 없다. 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해가 낮으니 관련 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히 그나마 가뭄에 콩나듯 열리는 교육에 참석하는 교육생들에게도 이어져 그저 건성으로 듣거나 시간상 이유로 빠지기 일쑤다. 은행의 불완전판매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키코상품을 권유해도 환에 대해 무지하니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모른 채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환 개념만이라도 정확하게 알았다면 키코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환율이 1000원이 넘었을 때 손실을 입었더라도 손절매 차원에서 계약을 해지했었더라면 꼬리만 내줘도 몸통은 충분히 살렸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들도 통화선물거래가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런 키코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들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도 환 교육에 별 관심이 없다는데 있다. 통화선물특성상 증거금이 3~4%대로 낮아 요즘처럼 변동폭이 심한 날이면 아침에 사고, 저녁에 마진콜을 당할 수 있다. 사전교육이 없으면 키코처럼 하루 만에 깡통을 차는 투자자가 속출할 가능성도 크다.

여러 가지 투자상품 가운데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레버리지가 높아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한 분야가 바로 환이다. 적어도 환 관련 상품의 특성만 알았더라면 키코 손실로 총 3조1874억원에 달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 애써 키운 소중한 소를 잃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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