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기관투자자들의 투매현상으로 장중 1200선 밑으로 뚫고 내려갔고, 원·달러 환율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갔다.
이같은 금융시장의 혼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인하라는 정책적 공조도 시장의 공포감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곳곳에서 이번 금융불안이 실물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징후들이 포착되고, 본격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뉴욕발 악재에 시장 출렁 = 국내 주식·외환시장의 혼돈은 세계 각국의 유동성 공급 및 금리인하로도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시장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포와 위기감이 확산일로 접어든 모습이다.
정부가 외화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고의 문을 활짝 열고 중소기업 및 서민을 위한 금융지원을 약속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결국 돈이 돌지 않는 현국면을 위한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우증권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심화로 투자자들이 겁을 내고 극단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10일 장이 열리자 마자 코스피지수는 100포인트가 넘게 폭락하면서 장중 1170선대까지 하락했다.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도 지속됐다. 환율은 15.5원 오른 1395.5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나 개장 10분만에 70원이 폭등해 1460원까지 고점을 찍은 후 상승폭을 축소, 1410원대에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환율폭등은 미국 뉴욕 다우지수 폭락과 역외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50원 이상 폭등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뉴욕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단기 자금경색 우려 속에 급락한 영향으로 원ㆍ달러 1개월물이 호가 공백 속에 장 후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했다.
◆ 공동펀드 조성해 시장 안정 = 코스피시장에서는 개장 6분만에 올 들어 5번째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코스닥시장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사이드카 발동으로 매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금융위원회 권혁세 상임위원은 “현재 기관들의 투매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 추가적인 증시 부양책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권 위원은 “최근 증시 급락은 미국시장 등 전반적인 세계 증시가 떨어진데 따른 것으로 시장의 심리안정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권 위원은 “지수가 1200선에 가까이 가면서 시장내에 저가 매수세가 나타나면서 현 시장은 매도와 매수가 상호 공방을 펼치는 등 증시유동성과 거래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장초반 ‘패닉 셀링’이 이어지자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의 추가 증시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증권사 사장단도 증권업협회에 긴급히 모였다. 최근 증시 급락에 따른 향후 대책과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시장동향 체크와 함께 주가급락에 따른 시장안정 대책이 논의됐다.
사장단은 투자심리 안정을 위해 손절매를 자제하는 한편 신용공여 한도확대와 로스컷(손절매) 규정개정 등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사장단은 특히 증시 안정을 위한 공동펀드를 조성키로 하고, 환율 안정을 위해 해외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를 자제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증권사간 비상협의체를 운영하고, 과도한 대응 자제를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의 강화, 증권사 보유주식 매도 자제 등도 논의됐다.
아울러 자사주 매입금액에 대한 법인세를 공제하고, 장기 적립식펀드의 세제 혜택부여와 증권거래세 한시적 면제 등을 건의키로 했다. 이와 함께 통화정책의 탄력적 운용에 따른 유동성 공급 등도 요청키로 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때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공여는 현재 증권사 자기자본의 60%까지 제한돼 있는데 한도를 늘릴 경우 그만큼 주식투자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
또 회사마다 상이하게 적용되고 있는 로스컷 기준을 완화하면 주가가 급락할 때 강제적으로 팔아야 하는 악성매물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 36개 증권사 사장단은 10일 오후 긴급간담회를 열고, 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