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돼 주요 은행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은행계 금융지주사들의 시너지 창출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분석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지주들은 향후 발전을 위해 대형화·겸업화·글로벌화를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일 ‘금융지주회사의 도입 효과 분석과 발전 방향’ 보고서를 통해 “주요 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지주회사가 경영성과 향상에 기여했는지 여부는 불분명한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금융그룹화가 확산되면서 금융지주회사의 총자산규모는 156조원(2001년말)에서 609조원(2007년말)으로 3.9배 확대됐다”며 “하지만 금융지주회사의 ROA는 경영효율성 향상 등으로 개선 추세를 보이다가 영업경쟁 심화에 따라 2005년을 전후하여 은행·증권자회사의 수익창출능력이 저하되면서 2007년중 1%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자산규모가 선진 주요 지주회사에 비해 여전히 왜소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국내 3대 은행지주회사 평균 자산규모가 미국 3대사의 13% 내외에 불과한 데다 대형화가 주로 국내 금융회사 편입 위주로 진전되어 해외영업기반도 취약하다”며 “또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이 지연되면서 선진 비은행지주회사에 비해 영업경쟁력 저하가 가속화되고 국내 금융업권별 불균형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수익증대 비용절감 등 시너지효과 창출도 부진하며 조직체계, 효율성, 지배구조, 안정성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은행·증권지주회사는 은행·증권업 비중(2007년말, 총자산기준)이 각각 82~94%, 90% 수준으로 겸업화가 미흡하다”며 “또 은행지주회사의 비이자수익 비중이 선진 지주회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국내지주회사는 조직체계가 지주회사→자회사로의 수직적인 통할에 집중되고, 영업부문별 수평적 조정체계가 미흡한 데다 경영층의 재임기간이 짧아 지배구조 안정성도 미흡하다”고 평했다.
반면 선진 금융지주회사는 대부분 수직적 통할·수평적 조정체계가 교차하는 매트릭스 조직을 활용하고 있으며 경영진 재임기간도 10~20년에 달해 중장기 발전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하는데 유리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특히 총자산규모는 은행지주회사가 자회사방식 그룹보다 다소 크지만, ROA·비용효율성은 자회사방식 그룹에 비해 미흡하다고 한은은 강조했다.
이같이 금융지주회사가 글로벌 금융그룹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형화·겸업화·글로벌화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은행지주회사는 M&A를 통해 증권·보험 등 비은행자회사 편입을 확대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경영위험 분산에 주력하는 한편, 저신용·소액거래 고객에 대한 교차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호저축은행을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비은행지주회사는 주력사와의 협업으로 시너지효과 창출이 용이한 업종위주로 자회사 편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은 “M&A를 통한 자회사 편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자회사 출자제한을 완화하고 손자회사 업종 및 자회사 편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비은행지주회사 설립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자회사간 위험전이 방지장치가 정교하게 갖추어진 비은행지주회사에 한해 선별적으로 비금융자회사 편입을 허용하는 방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회사간 겸업에 의한 시너지효과 창출을 위해 상호지원·업무위탁·임직원 겸직 제한을 완화하고,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해외 자회사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기관 스스로도 지주회사를 통한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매트릭스조직 도입 등을 통하여 조직체계를 효율화하고, 경영층 보장임기 장기화 등을 통해 지배구조의 안정성 제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중 금융지주회사들의 외형은 확대됐지만 수익성은 다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등의 신규편입과 지속적인 자산증가 등으로 덩치는 커졌지만, 아직 시너지 창출이나 다각화된 수익원 확보는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국내 4개 금융지주회사 연결총자산은 681조2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72조5000원(11.9%) 증가했다.
이는 대출 및 CMA 판매 증가 등에 따른 은행 및 증권 부문 증가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험 및 비은행부문 또한 증가했다.
이에 반해 상반기 지주회사의 연결당기순이익은 2조9860억원으로 전년동기(4조177억원) 대비 1조317억원(25.7%) 감소했다. 이는 전년동기중 일회성 이익 요인인 LG카드주식 매각이익(1조 2234억원)효과 소멸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
외형이 확대된 반면 이익이 감소함에 따라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이익 발생 규모가 큰 신한지주가 1.19%이며, 우리(0.72%) 및 하나지주(0.79%)는 서로 유사한 수준이다. 국내 은행지주회사 수익성(ROA)은 세계 주요 은행지주회사의 ROA를 다소 상회하는 수준으로 BOA 0.53%, JP Morgan 0.54%, 씨티그룹 △0.67%, HSBC 0.68% 등이다.
< 금융지주회사 자산 현황 >
(단위 : 조원, %)
(자료 : 금감원)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