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메트라이프·푸르덴셜·ING 등 보험그룹들은 AIG와는 상황이 다른 만큼 위기상황에 처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28일 ‘AIG의 부실 원인과 보험산업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ING 등 세계 보험지주회사의 재무제표를 비교하여 AIG와 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AIG의 이번 위기사태는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금융부문에서 발생했다. AIG의 자회사인 AIGFP가 과다한 신용부도스왑(CDS) 거래를 한 것이 부실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AIG의 전체 사업부문 중 보험업과 자산운용 이익이 줄어든 데다, 파생상품 손실이 불어나 AIG 그룹 전체의 당기순이익이 올 상반기에만 131억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
특히 AIG는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유동성 위기가 심화됐다.
AIG가 판매한 CDS에는 자사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CDS 매입자에게 추가로 담보를 제공토록 옵션이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매입자들이 옵션을 행사할 경우 약 130억달러의 자금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AIG의 위기는 내부통제시스템 미비와 리스크관리 취약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AIG의 경우 1960년대에 상장돼 일찍 주식회사로 전환됨에 따라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문화가 적극적인 리스크인수로 연결됐다는 관측이다.
이에 반해 미국 메트라이프·푸르덴셜은 철저히 보험, 그중에서도 생명보험 위주로 금융지주사를 형성하고 있으며 겸업화를 위한 업무영역도 AIG에 비해 매우 제한적이다.
보험 이외의 영역은 주로 개인 보험계약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예금 업무와 퇴직연금을 매개로 한 자산운용서비스 등에 한정하고 있다. 즉 지나치게 높은 위험은 회피하는 보수적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AIG와 차별된다.
네덜란드의 종합금융그룹인 ING의 경우 올 2분기에 서브프라임·알트에이(Alt-A)·주거용모기지(RMBS) 관련 투자에서 6000만유로의 세전 손실을 기록했지만 ING의 자산·이익 규모를 감안할 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대해 보험연구원 이민환 연구위원은 “AIG 사태는 보험사가 본연의 업무 이외의 분야에 대해 무리한 사업확장을 통해 과다하게 리스크를 인수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더불어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내부통제시스템과 감독당국의 감독실패가 간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AIG사태를 보면 자산부채의 처분에 관해 본점 소재지 법원 및 감독당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고 국내법과 본점 소재지의 관련법이 충돌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며 “국내에서도 AIG와 같이 다국적 금융기관이 파산에 처한 경우에 대비한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