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같은 논의의 초점을 보면 신용평가사의 역할과 위험관리·공시·회계, 장외파생거래 등의 관점에서 신용파생상품시장을 개선하는데 맞춰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신용평가사의 규제강화가 투자자의 과도한 의존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에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신용평가사 규제강화 필요 = 지난 9일 한국증권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 공동 주최로 여의도 증권업협회에서 열린 ‘신용파생상품시장의 혁신과 규제방향’ 세미나에서 증권연구원 남길남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의 서브프라임 위기에 따른 국제적 규제강화의 논의는 국내 신용파생상품시장 선진화를 위한 중요한 참조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선진시장과의 차이를 감안해야겠지만, 초기 단계에 있는 국내 신용파생상품시장의 육성과 성숙도를 고려해 적절한 개선논의의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남 연구위원은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어 선진국과 같은 시스템 리스크의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 인프라 선진화 차원에서 장외파생상품의 인프라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신용평가사도 국제적인 개선노력에 발맞춰 행동강령의 개정을 비롯한 업무개선 노력이 요구되며 동시에 신용위험이 포함된 새로운 형태의 상품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도록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사태동안 신용구조화상품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대규모 등급하락과 오류는 정보전달자로서의 신용평가 기능에 문제가 있다”며 “증권감독국제기구인 IOSCO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용평가사들을 관리감독 및 개선하기 위한 규정과 별도의 기구를 마련중”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손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유동화한 신용구조화상품인 ABS CDO(부채담보 유동화증권)에 집중돼 있다. 이는 기초자산으로 다른 CDO나 ABS가 포함돼 있는 중층적 구조를 갖고, 3차적인 유동화까지 진행되곤 한다.
그는 이어 “국내 투자자의 신용평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경감시킬 수 있는 개선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속조치로 그동안 신용파생상품과 구조화상품에 높은 등급을 부여한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유럽도 규제의 사각지대였던 신용평가업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구조화상품에 대한 신용평가사의 대규모 등급 하락과 오류 발생의 사례에서 보듯이 신용평가사의 정보전달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국내 시장 아직 미미 = 이날 종합토론에 참여한 업계 전문가들은 시장육성과 위험관리에 있어서 해외사례를 감안하면서도 국내 실정에 맞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김갑중 산업은행 트레딩센터장은 “국내 신용파생시장의 역사를 보면 90년대 중반 금융기관의 소액 단순투자로 시작돼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정체기를 겪었다”며 “2000년대 중반이후 다시 신용파생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산업은행도 2004년 이에 대한 전담팀을 구성하고, 감독당국의 제도 정비도 시도됐다. 2006년부터 표준적 외환 CDS에 한해 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ABCP·DLS 발행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아직 국내 신용파생시장이 지난해 6조원 수준으로 초기시장”이라며 “국제적인 흐름을 감안해야겠지만 금융기관의 취급제한은 완화하고, 사후적 건전성 강화와 투자자 보호 강화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용동화법상 은행의 신용연계채권 거래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투신운용 김의진 상무는 “신용파생시장에서 신용평가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발행자가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상의 이해상충 문제가 현실적으로 해결점을 찾기에는 그리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류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 신평사의 독과점 체제의 개선 등으로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무엇보다 국내의 신용위기가 올 때 이를 해외경제 주체들이 나눠 부담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국내에서는 시장창출의 관점에서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평가 윤우영 평가정책본부장은 “신용평가업계도 공시량을 늘리고, 수수료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잘 만들어보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신용평가사 입지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여건 조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본부장은 “금융은 종합적 예술작품과 같다”며 “이번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경우에도 시장의 급격한 팽창 속에서 각계 참여자들의 시장관리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와 국내는 다른 문화적 배경과 환경·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타산지석화해 국내시장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 한정철 트레이딩사업부 대표는 “앞으로 바젤Ⅱ 등으로 은행들의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헤지수요도 점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위험관리와 부외거래는 규제보다는 적절한 감독에 무게를 두고 보다 많은 플레이어들을 통한 시장육성, 저변확대를 업계에서는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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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