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구원이 7월 국내 증시 파생상품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등을 바탕으로 과세하려는 연구용역을 발표하는 등 증권시장에 대한 과세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지난 28일 열린 경영자총협회 조찬강연에서 최근 증시 악화와 이에 따른 부양 차원의 세제 관련 완화책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도 확산됐다.
◆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연기될듯 =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경총 주최 포럼에 참석, “공모펀드에 대한 증권거래세 부과와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 등 증시 관련 세제개편안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말로 예정돼 있던 공모펀드에 대한 증권거래세 면제 시한이 내년 말까지 연장되고, 내년 도입될 것으로 보였던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도 당분간 미뤄질 것이란 시장관측이 일었다.
그동안 과도한 해외펀드 투자로 환율 급등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으로 비과세 기한을 앞당기는 안도 검토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 위원장은 최근 지수하락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에 따라 공매도에 대한 감독도 강화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그는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공매도가 시장 안정을 해치는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규제 준수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김종창 금융감독원은도 “증자 때 기업들의 신고서 제출 의무를 완화해 기업이 증시를 통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7월 조세연구원이 세수 증대와 시장투명성 등을 이유로 세제개편안에 포함시킬 예정이었던 장내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성장 추세에 있는 장내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가 시장을 위축시키고 해외 주요 경쟁시장과의 경쟁력 약화 등을 들어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전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올들어 연중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코스피지수와 금융불안 요인 증대 등의 추세를 감안한 증시부양 차원으로 받아들였다.
나아가 시장 일각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 등의 방안이 포함될 것이란 루머가 퍼지면서 이날 증권주들은 오전 한때 업종지수가 3~4%의 큰 폭의 반등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장 후반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일부 소형주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주들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 증권주 반등은 기술적 반등 = 반면 정부의 직·간접적인 증시 부양성 발언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구철호 연구원은 “이날 증권주의 반등은 낙폭과대에 따라 루머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 시점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우증권 정길원 연구위원도 “과세 강화 방안이 취소된 것은 증시에 긍정적이지만, 공모펀드에 대한 증권거래세 부과하더라도 개인투자자가 직접 거래세를 내는 것이 아니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개인투자자들에게 자산운용사의 세금 납부로 펀드의 전체 수익률이 조금 떨어지는 정도의 영향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오전 한때 급등했던 증권주들이 증권거래세 인하 등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란 소식으로 하락세로 반전됐다.
한편 29일 시장에서 이어진 증권주들의 강세에 대해서도 낙폭과대 평가에 따른 시장과의 동반상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증권업종은 전날보다 1.97% 반등했다. 특히 유화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각각 13.17%, 8.00% 급등했다. 동양종금증권, 대신증권, SK증권, 부국증권도 2~4%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증권주들이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허대훈 연구원은 “증권주는 일반적으로 시장이 오를 땐 더 많이 오르고, 하락할 땐 더 많이 하락하는 특징이 있다”며 “이날의 상승은 기술적인 반등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허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는 증권거래세 인하 기대감이 호재로 인식되고 있지만, 증권거래세를 낮춘다 해도 이 부분이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져야 호재가 된다”고 말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