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보유고 확보후 만기조정과 지급능력 홍보해야
최근 금융권 일각에서는 ‘외환유동성 9월 위기설’이 나오면서 외환위기 이후 한 번도 걱정하지 않았던 외채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먼저 ‘9월 위기설’이란 9월에 6조원이 넘는 주로 국내 외은지점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이 올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외화차입이 용이한 국내 외은지점들은 2006년 하반기 이후 미국 정책금리 인하로 대내외 금리차가 증가하자 본지점간 차입거래를 통해 재정거래 차익을 얻기 위해 해외 본점에서 들어오는 외화 차입을 증대시켰다. 이렇게 도입된 외은지점들의 자금들이 국내 국공채 및 통안채 등으로 투자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외국인 투자 채권의 만기가 금년 9월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25일 현재 외국인이 보유중인 채권 46조 7000억원 가운데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은 11조 1000억원 규모다. 이를 월별로 보면 8월 7000억원, 9월 6조3000억원, 10월 1조원, 11월 1조7000억원, 12월 1조4000억원으로 9월에 유난히 만기가 몰려 있다.
위기설의 핵심은 외국인들이 최근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대거 처분한 데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9월에 만기 상환된 자금을 재투자하지 않고 본국으로 가져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경우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 금융회사들의 달러 조달이 어려워지고 달러당 원화환율이 급등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만일 정부가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다량 발행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의 대출금리 부담이 가중되면서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러한 시나리오는 단지 設로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9월 만기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은 대부분 국고채나 통안채로 안정적이며 대체 투자대상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자금이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태를 예견해 재발행 만기를 충분히 조정해 놓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이야기대로 이번 9월 위기설은 아무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를 계기로 우리의 외채문제를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사실 2006년 이후 우리나라 대외채무(외채)가 단기외채를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 1/4분기 현재 외채규모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742.3억 달러의 2.4배 수준인 4,124.8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외채 급증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8년 중 8년 만에 다시 純채무국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외채급등 상황은 대체적으로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단기차입이 급증한 과거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 안전하다고 여겨지고 있다. 대외지급능력 관점에서 보아서도 2008년 6월말 현재 외환보유액 2,475.2억 달러, 유동외채 비율 약 74% 등을 고려하면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여 매우 양호하다.
비록 현 상태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나, 앞으로 경제의 펀더멘탈 악화가 지속될 경우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純채무국 전환과 동시에 성장률 둔화, 경상수지 적자 심화 등의 펀드멘탈 약화는 대외신인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상품수지 악화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는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펀더멘탈이 동시에 악화될 경우 순채무국 전환이 대외신인도 약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외신인도 약화는 국내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급등시켜 경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그리고 만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가 동시에 지속될 경우 외환보유액이 더욱 빠르게 줄 수 있다. 금년 들어 경상수지 적자 심화에다가 자본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 급증에 따른 직접투자수지 적자와 금융기관의 해외 차입금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순유출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수지가 악화되면서 외환보유액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급격한 외환보유액 축소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신용경색이 급격해질 경우 대처능력이 떨어져 자칫 국가 위기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 국내 외국인직접투자액이 지분투자의 순유출 등으로 사상 최초 2분기 연속 순유출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의 純투자액이 -8.9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외화 유동성이 문제되고, 외국투자자본의 우리나라를 떠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금융 위기로 비화되기 전에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여 만일의 위기에 사전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적정 외환보유고를 확보 및 유지해야 한다. 외채의 만기 구조를 점검하고 단기 및 장기 자금의 미스매칭이 없도록 해야 하며 조달시점 조정 등을 통해 조달비용을 절감하여야 한다. 純채무국 전환에 따르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하여 현 대외채무 규모와 구성, 대외지급능력 등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육, 관광, 의료 등 서비스업의 강화를 통해 주요 만성 적자 부문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본수지 흑자 기조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외국인 직간접투자를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기업환경 보장, 안정된 거시정책 등과 함께, 무분별적 해외 직접투자를 국내 투자로 회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