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이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중국 영업망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우리은행도 동북3성에 대한 공략에 나서기 시작했다.
◇ 중국은행과 전략적 제휴
지난 25일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쑨 칭리앙 중국 연변농촌합작은행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은행과 연변농촌합작은행간 조선족 동포의 외화 송금업무 등에 관한 전략적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상해·북경·소주·심천 등에 진출한 우리은행이 이번에는 연변 조선족자치주가 속해 있는 길림성 등 동북3성에 대한 공략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은행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은 연변농촌합작은행은 중국 동북지역 최초의 주식회사형 합작은행으로 연변지역의 경제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연변지역에 300여개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다.
20만명으로 추산되는 연변지역 출신 전체 해외근로자는 대부분 한국에 거류 중이며, 이 가운데 15만명이 연변농촌합작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측은 이번 업무제휴를 계기로 동북3성 지역 영업 거점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앞으로 길림성과 연변농촌합작은행과의 우호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호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자”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제휴로 향후 전략적 투자자로서 지분 투자도 병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길림성·흑룡강성·요령성 등 중국 동북3성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에 심양에 분행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이번 업무제휴로 연변지역 및 한국 내 조선족 동포에 대한 우리은행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점진적인 업무 제휴 확대와 업무 다양화를 통해 동북3성에서의 영업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국내 은행간 영업 경쟁
이처럼 우리은행이 동북3성에 대한 공략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하나은행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북 3성 리딩뱅크’를 꿈꾸고 있는 하나은행은 지난 2004년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동북3성 지역인 요령성 심양지점을 개설하는 등 그간 동북3성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하나은행은 지난해말 중국현지법인인 ‘하나은행(중국) 유한공사’를 개점하고, 동북3성 등에서 영업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 유한공사는 지난달말 길림성 장춘시에 분행 개설 예비인가를 취득하기도 했다.
장춘 분행 예비인가는 중국내 국내은행 현지법인 중 첫 채널개설 인가이자 길림성에 진출한 첫번째 외자은행이란 점에서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또 하나은행 유한공사는 장춘 분행에 이어 외자 현지법인으로는 처음으로 흑룡강성 하얼빈에도 분행 개설을 추진 중이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동북3성 공략에 적극적이다. 하나금융그룹은 2005년부터 중국 길림대학에 하나금융전문가과정을 개설하여 중국 내 인력 풀을 육성 해왔다.
하나은행도 1994년부터 중국 현지 대학교 어학연수, 중국 MBA 과정에 직원 파견 교육을 통한 지역전문가 양성, 직원들로 구성된 중국 연구회 운영, 중국 유수 은행들과의 직원교환 연수, 각종 중국 프로젝트 검토 등 중국 금융시장 진출 관련,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준비를 해 왔다.
이같이 하나은행이 동북 3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향후 남북한 교류활성화로 서울과 신의주, 동북 3성을 연결하는 신실크로드가 완성될 때 북한에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여기에 동북3성의 초기 시장선점을 통해 중국 진출 한국기업 및 조선족 등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등이 동북3성 진출을 선언하면서, 이런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동북3성이 워낙 넓은 지역이라 우리은행 등이 진출한다고 해도,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은행과 경쟁하면서 영업을 하게 되면 오히려 금융시장이 커져 서로가 ‘윈-윈’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동북3성에서 영업이 겹쳐 경쟁하는 일은 없지만, 조만간 동북3성에서 국내 은행들간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동북3성에서 조선족과 한국기업 및 교민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 치중할 경우 ‘제살깎아 먹기식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