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산업은행을 장기적으로 투자은행기능과 정책금융 기능으로 분리해 투자은행기능은 민영화된 형태로, 정책금융기능은 정책은행으로 운용하자는 것”이라며 “산업은행과 자회사(대우증권 등)를 우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후 이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하여 토종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고, 그 과정에서 조성된 매각대금 중 20조원을 순수 정책금융기관(Korea Investment Fund)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인수위는 산업은행의 국책은행과 투자은행부문의 분리를 통해 대우증권과 산업IB의 합병이후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수위는 지주사의 지분을 5~7년에 걸쳐 매각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며, IB부문과 대우증권의 매각을 통해 조성한 20조원으로 KIF을 만들어 산업은행의 공적 금융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기존 재경부의 민영화 방안은 2009년 이후 단계적으로 IB업무를 대우증권으로 이관하되 매각여부 논의는 5년 이후로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수위의 방침에 따라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이보다 훨씬 빨라지게 됐다.
인수위의 이같은 민영화 방침이 알려지면서 산업은행 임직원들은 인수위의 민영화 방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민영화에 따른 파장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수위의 이번 방안이 새정부 출범이후 그대로 반영될 지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다”라며 “재경부 등에서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민영화 방향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기업은행은 민영화 방안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인수위가 산업은행의 민영화 과정에 생긴 20조원을 중소기업 지원 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기업은행의 민영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은행으로서는 ‘중소기업전문은행’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좀 더 용이하게 민영화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는 민영화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대세”라며 “민영화가 되면 은행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수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용로 기업은행장도 취임식에서 “모든 시중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계속 늘리고 있어 공정경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민영화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는 민영화와 관련해서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인수위측이 “수출입은행의 고유업무가 있는 만큼 민영화는 힘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입은행도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산업은행과의 금융업무가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 인수위가 KIF를 독일의 KFW와 같은 공적기능 전담은행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안을 발표했고, KFW는 수출입은행과 같은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통합론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