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의 화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발발한 경제 위기가 글러벌리즘의 파도를 타고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어 가뜩이나 불확실성으로 각인되어 있는 세계경제를 뒤흔든 사건이었다. 이 사태는 아마도 새해에 큰 후유증을 안길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식자 간에는 금년 상반기까지는 이 어려움의 대부분이 해소되리라고 예측하는 낙관론자로부터 오히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에 더하여 BRIC‘s 각국의 성장 동력이 무제한적으로 흡수하는 소비재와 이로 인한 소비재 가격 앙등, 임금 상승 등으로 가늠할 수조차 없는 세계적 경제위기를 초래하게 되리라고 우려하는 비관론자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각자 펼치는 논리도 나름대로 타당해 보이지만 오늘날의 경제학이 예외없이 불확실성을 전제로 깔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의도했든 안했든 주도하고 악화시킨 증권회사 내지 투자은행(IB)은 금융기술을 총동원하여 모기지론을 타종증권과 혼합하여 하이브리드 상품을 만들어 이들 상품의 안전성을 수익성으로 도배질하여 「무-디스」등 Rating Agency에서 적격성을 부여받았다. 이 상품들은 하이텍 금융공학을 기초로 생성되고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는 금융공학 자체의 메커니즘에 잘못이 있었던데 기인하지 않으며 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도록 방치하고 이를 조장한 측면이 있는 FRB 등 감독 당국자의 정책적 과실이 비난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엄격한 심사규제 하에 있는 프라임 모기지론의 증권화와 심사규제 대상이 아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증권화는 그 위험성에 있어 전혀 판이한데도 이 위험한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전혀 규제하지 않은데 잘못이 있었던 것이다.
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힘입어 세계 GDP의 20%까지 미국의 소비가 증대하여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등의 수출이 증가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사태의 부작용을 역설적으로 Decoup ling이란 용어로 정당화하여 미국이 어려워지면 BRIC’s제국 등 신진 공업국이 혜택을 볼 수 있어 세계적으로 균형이 유지된다는 주장도 있으나 오히려 이들 나라의 버블(거품)을 조성한다는 지적이 득세하고 있다. 지역 불균형 발전의 거품이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고 그 부정적 영향을 점차 통감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실체가 금융위기라는데 우리들 금융인의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이미 우리 금융기관들은 내ㆍ외국 통화의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다. 외화는 조달이 어려워졌고 원화도 FUND내지 CMA통장 등으로의 쏠림 사태로 예금 감소 몸살을 앓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도 포지션 관리를 위한 보유 유가증권 손절매와 대출 회수를 단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단시일 내에 호전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 금융기관은 IMF 위기 극복 이후 세계적 유동성 풍요의 축복 속에서 보수적, 수구적 경영만으로도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었다. 불확실성에 도전하기 보다는 리스크 회피에 치중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저 자산증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국내 지점 수가 현저히 늘었고 새로운 금융기법 도입과 같은 주목할만한 공적 없이도 은행 간부의 고연봉이나 Stock Option등 파격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국내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04년경에 이르러서인 것 같다.
지주회사제를 일찍이 도입한 은행은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은행도 있었다. 그러나 후발은행도 2009년 초까지 발효될 예정인 ‘자통법’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미국의 I. B(투자은행) 등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야기했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최대 4000억 달러 피해를 입혀 Financial Times의 컬럼니스트인 ‘M. 울프’로 하여금 주요국 금융정책당국자들과 현존하는 시스템으로서는 도저히 경제를 감당해내기 힘들 것이라고 개탄하게 한 오늘의 어려운 사태 와중에 우리 금융기관은 여태껏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IB와 그 기법을 도입치 않으면 안 되게 된 아이러니를 겪게 된 것이다. 물론 IB를 도입하여 건전하게 육성 운영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 당위로써 미국의 이번 사태도 이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적 교훈으로 하여 건전하고 수익성 높은 IB를 육성 발전시킬 책무가 우리 금융기관에 있으리라고 본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과 앞으로 곧 닥칠지 모르는 사태에 대하여서도 안일하게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토 균형발전 정책으로 야기될 토지 또는 주택 거품이 꺼질 가능성 또는 개연성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는 우리 금융기관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해외진출도 종전의 안일한 과시형 숫자경쟁식 점포 확대가 아니라 어느 곳에 어느 지역에 그리고 어떤 유망한 분야에 파고들어가 미답의 Blue Ocean을 개척 하느냐를 장기적 안목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당연시 되었던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적, 단기적 이익추구 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 경영 비전하의 발전계획 수립의 필요도 곧 도입될 IB와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새해에 우리 금융계가 당면한 기회요인을 위험요인과 구별해내고 또 때로는 오히려 이 위험요인 속에서 기회요인을 찾아내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경제세계에서 승기를 잡는 발 빠르고 현명한 노력을 경주하여 우리 금융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