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구미경제팀은 최근 ‘유럽의 신용경색 현황과 정책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파급 이후 금융기관간 대출억제 및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회피 등으로 금융기관들이 자금부족에 직면하고 있는데다 은행들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유동성 비축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신용경색 현황
현재 유럽 금융시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 이후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럽 은행들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이 지난해 12월 현재 400억달러로 전세계 서브프라임 손실규모 1,000억달러중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OECD는 투자가치 하락, 유동성 부족에 따른 금리 상승, 증권발행규모 축소 등에 따른 손실을 고려할 경우 3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의 금융시장은 지난해 7월 이후 단기금융시장에서 단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정책금리와의 스프레드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신용경색 초기인 지난해 7~8월에는 은행간 초단기 금융시장에서 자금부족 현상이 발생했으나 8월 이후에는 연말 자금수요에 대비한 은행의 유동성 비축 확대 등으로 3~6개월물 위주로 단기자금 부족상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일물 시장금리와 중앙은행 기준금리간 스프레드는 지난 7~8월중 크게 확대되었으나 유로지역이 8월 4.7bp에서 12월에는 -9.8bp로, 영국은 같은 기간중 15.8bp에서 10.0bp로 최근 역스프레드가 발생하거나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며 “하지만 반면 3개월물 은행간금리와 단기국채(T-bill) 금리간 스프레드는 유로지역이 2007년 상반기 평균 4bp에서 지난해말 평균 83bp로, 영국이 같은 기간중 25bp에서 86bp로 지난 8월 이후 크게 확대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유럽 금융시장에서 단기금리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초단기 은행간금리인 1일물 금리의 변동성이 유럽금융시장의 신용경색 발생초기인 7~9월중에 크게 확대되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용경색 이후 신규대출규모 담보요구액 인상, 대출한도 축소, 안전성 위주의 계약 추진 등으로 대출기준이 강화되면서 금융기관의 신규대출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 유럽 은행 등 자금부족
이처럼 유럽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선 금융기관의 자금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단기금융시장에서 금융기관 대출억제 및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회피 등으로 금융기관들이 자금부족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대형 투자은행들은 자회사인 SIV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여 왔으나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이 투자를 회피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투자자들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등으로 구조화 금융상품에 대한 시장손실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투자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산담보부채권 매입 등을 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유럽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계속되면서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은 신용경색을 완화하고 추가 금융위기 발생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하여 기준금리 조정, 긴급 유동성 지원, 중앙은행간 국제공조체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준금리의 경우 그동안 인상기조를 유지하여 왔던 ECB(유럽중앙은행)가 금년 6월 이후 4.0%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유보하고 있으며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은 그동안의 금리인상 기조에서 벗어나 지난해 12월 5.75%에서 5.5%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보고서는 “영국의 경우 경기부양을 위해 2008년중 5%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유로지역의 경우는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로 현행 4%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ECB 및 영란은행은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긴급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ECB는 신용경색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일시적 단기자금 과잉공급 발생하기도 했다.
영란은행도 9월 132억파운드의 유동성을 공급한데 이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2월 20일 100억파운드를 시장에 추가 공급하기도 했다. 여기에 ECB와 영란은행 및 스위스중앙은행은 미국 FRB, 캐나다중앙은행 등과의 국제적 공조체제 구축을 통하여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