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용역결과가 당초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민영의료보험이 건보재정 악화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나오면서 개정작업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업계도 유시민 전 장관이 복지부를 떠난 이후 민영건강보험 개편안이 유야무야된 상태에서 다시 이슈화 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중간보고 결과 내용을 알리지 않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말 재경부, 복지부, 금감위는 물론 보험업계 관계자들에게 민영의보 관련 연구용역 중간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날 KDI는 약 150페이지에 달하는 중간결과 보고서를 가지고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설명회가 끝나자 모두 회수해 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중간보고서는 민영의료보험 가입자가 비가입자에 비해 과잉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고 여길 만한 증거가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영보험 가입자의 의료비가 비가입자에 비해 적은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KDI 관계자들이 설명이 끝나자 바로 중간결과 보고서를 회수해 갔다”라며 “분량이 많은 만큼 면밀히 확인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즉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원인이 민영의보 가입자들의 과잉진료와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그러나 정부측은 연구용역안 중간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개괄적인 내용도 나온 게 없다는 식으로 은폐하려는 분위기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라며 “언제쯤 결과가 나올지는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정부가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용역 중간결과가 당초 정부의 주장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와 민영의료보험 개정작업에 차질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건보공단 재정적자의 주 이유를 민영의보의 과잉진료를 들어 민영의보 법정본인 부담금 보장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또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올라갔으며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도 지난해 10월 ‘민간의료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 보장금지’를 결정했다.
따라서 아직 최종보고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중간보고서 결과만을 보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문건을 국정 최고 책임자에까지 보고했다”는 문책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험업계도 이번 중간보고 결과를 알리는데 소극적인 모습이다.
보통 어떤 업권에서든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관련업계가 결과물을 받아 서로 공유하고 유리한 내용일수록 알리는데 적극적인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 민영의보와 관련 연구용역 중간결과를 알리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보험업계가 한 말 때문이다.
정부가 민영의료보험 개정안을 들고 나왔을 당시 보험업계는 강하게 반발하다가 나중에는 민영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의 80~90%만 보장하고 본인이 10~20%를 부담하게 하는 코페이먼트(co-payment) 등을 도입하겠다는 중재안을 꺼냈다.
따라서 연구용역 중간결과가 나오기 전에 복지부에서 유시민 전 장관이 떠나면서 민영의료보험 개정안이 흐지부지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이슈화가 되면 코페이먼트를 도입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중간결과와 최종결과가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게 일반적이지만 언론의 관심이 다시 민영의보로 쏠리게 되면 정부측에서 KDI에 압력을 가해 ‘과잉진료와는 무관하다’가 아닌 ‘과잉진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에도 조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는 사실만을 이야기해야 하지만 연구원의 개인적인 의견이 들어갈 수도 있다”라며 “만약 개인적인 의견이 정부측의 압력으로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중간결과 내용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