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금융기관 거듭날 기회로 삼아야
금융업종간 국경은 사라졌다. 은행 증권 심지어 2금융권까지 서로의 약점을 공략하며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금융업계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이 2009년 예고되면서 금융기관들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혹자는 자통법이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외환위기에 버금갈 것이라 평한다. 이 법 자체가 결국 금융산업의 지각변동을 목표로 한 점을 감안하면 무리도 아니다.
국내 은행 전체의 자산과 순이익을 모두 합해도 골드만삭스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국내 금융산업의 열세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향후 증권사간 M&A 및 은행의 증권사 인수 등 금융업종에서 규모의 경제실현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자통법이 증권업을 위주로 한 것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또 한번의 금융개혁도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7월18일 ‘제2차 금융허브회의’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돼 있는 업무범위 및 취급 가능한 상품 서비스에 대한 규제의 해제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 것을 보면 추가 금융개혁은 시기와 범위만 남은 것으로 보는게 맞다.
은행에겐 당장 자통법에 대한 대응전략만이 아니라 추가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이래저래 골치 아픈 나날들만 남은 셈이다.
◆ 주연은 증권업, 은행은 조연
금융업계가 내다보는 자통법시행후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자본시장에 대한 재평가와 더욱 뚜렷해질 소비자의 투자중심 성향이다.
선진국의 경우 전체 금융자산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국내보다 큰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은행들의 수신이 증권 등 투자부문으로 빠져나가고 있고 심지어 고금리인 정기예금도 줄고 있는 점을 보면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고 볼수 있을 정도다.
혹, 투자상품이 구조화돼 예금상품과 안정성 측면에서 비슷해진다면, 투자상품은 저축상품에 완전한 승리를 거둘 것이다.
게다가 자본시장의 발달은 기업들의 직접금융의 이동을 더욱 촉진 시킬 전망이다.
맥킨지 홍콩 사무소 대표는 “기업금융은 끝났다”고 확신할 정도로 이미 외부의 분석은 자본시장으로 축이 기울었다.
이렇게 발달하는 자본시장에서 업무범위의 제약이 없는 금융투자업종의 성장은 자명한 것. 게다가 은행의 고유기능으로 여겨졌던 결제기능도 금융투자업에 부여해 이젠 증권사 스스로도 이체업무 결제업무가 가능해지고 외국환업무의 취급범위도 확대된다.
결국 증권업은 날개를 단 셈이고, 은행은 이들과 더욱 힘든 한판을 준비해야 한다.
◆ 은행 상당부분 부정적 영향 받아
은행의 저원가성자금 유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증권사의 CMA로 단기수신자금이 더 몰릴 것은 뻔하다. 증권사가 앞으로 CMA에 대한 수수료 인하 및 금리 인상등과 같은 과감한 마케팅이나 주식연계예금등 파생상품과 ‘예금+투자’ 성격의 신상품이 나온다면 수신기반약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은행 고위층이나 연구소 연구원들은 CMA가 일정수준에 도달하면 증가세가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에 대한 리스크관리가 한계에 달하고 운용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제약도 만만치 않다. 은행법상 파생연계예금의 판매 및 해당 은행의 파생연계채권의 판매만을 부수업무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금융투자회사에 비해 불공정한 경쟁선상에 놓여 있다.
또 은행의 보수적인 경영은 금융투자회사가 적극적으로 파생상품거래를 확대할 경우 입지가 약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은행의 신탁업무 기반위축도 예상된다. 자통법은 금융투자회사에 신탁업무 겸영을 허용하면서 수탁수수료 인하 등을 통한 경쟁심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비단 은행과 금융투자회사간 경쟁만이 있는 게 아니다. 대형은행과 지방은행 등 중소형은행간 경쟁구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령 금융투자회사와의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대형은행들이 특정 산업 및 지역 등 니치마켓에 진입하려 할 것이고, 중소은행들은 생존을 위협을 받게 된다.
◆ 전문인력관리에 승부 걸어야
은행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사람이 전부인 산업이다. 즉 자통법의 시대도 은행의 경쟁력은 사람의 능력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직원들을 순환보직을 통해 직원들을 비전문가로 성장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에게 필요한 것은 고객과의 장기적인 거래를 통해 얻은 다양한 인적 물적정보를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은 “은행은 신입직원으로 하여금 반드시 심사역을 거쳐 희망에 따라 전문심사역, RM(Relationship Management) 등 여신전문직군이나 기타 직군을 선택하도록 하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인력양성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내부서도 전문인력관리방안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차피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진 마당에 파생 및 IB상품 설계역량을 보유한 전문인력에 대한 관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문인력이 전부인 IB업무를 육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데다 자본시장이 발달할수록 표준화된 상품보다 고객에게 특화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전문인력관리는 필수적인 일이 됐다.
RM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상업은행에서 기업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는 게 RM이다. 따라서 상업은행이 투자은행과 동시에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 인력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례로 스위스 UBS의 경유 고객의 평균 거래기간은 40년으로 RM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신한은행의 한 부행장은 “RM은 상업은행의 상품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이고 IB분야의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2006년 금융소비자 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 선택시 주로 안정성(25.1%)과 수익성(25.1%)을 중시하지만 금융상품선택시에는 수익성(41.6%)을 안정성(21.6%)보다 높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곧 증권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경우 고수익을 쫓아 증권사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음을 말해준다.
◆ 그래도 기회는 있다
몇몇 은행의 증권사인수 추진 소식이 들려오는 것은 앞으로 IPO, 유가증권 모집 인수 등 IB업무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을 풀이된다.
즉 사업기회를 증권사 인수에서 찾는 것이다. 증권사위주의 전통적 IB업무에서 고객이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관련된 모든 행위라고 은행들의 생각이 바뀌어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여신업무와 연계해 성장할 수 있는 사업기회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OA나 바클레이즈와 같은 전통적인 상업은행들도 투자은행업무로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소비자의 금융상품 선택기준이 이용편의성(21.6%)으로 나타났다. 결국 은행이 지점 영업점 전자금융 등 네트워크 측면에서 유리한 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친다면 앞으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지주회사들에겐 더욱 기회가 많아지게 됐다. 자회사 은행이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영업망, 이에 따른 고객기반을 확보로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또 증권사의 전통적인 IB업무와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신개념 IB업무의 결합도 가능하다. 도이치은행, UBS 등 대출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상업은행과 연계된 유럽계 투자은행들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정부에서는 자본시장의 성장을 토대로 수익모델을 다양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파생상품·유가증권 투자확대 등 자본시장에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위험을 평가·가공해서 제3자에게 이전·분산시키는 CDO 등의 arranging 업무와 신용연계증권(CLN) 발행과 같은 신용파생관련 업무를 통해 고수익을 창출하라는 주문이다. 또 금융투자회사와 연계영업을 강화해 산업유형·기업의 발전단계별로 발생하는 기업금융수요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를 들면 투자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업무 시 상업은행이 대주단으로 참여해 대출(syndicated loan)하거나 직접투자(PI)를 수행하고, 투자은행의 M&A 주선업무 시 상업은행이 브릿지 론(bridge loan) 또는 PI로 참여하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주요내용>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
배규민 기자 bkm@fntimes.com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