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필자의 홈페이지에 한 네티즌이 남긴 발언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경영권 보호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그는 이렇게 더한다.
“저는 궁극적으로 인위적 경영권 방어 논의 자체가 반 시장적이라고 봅니다.
또한 경영권 방어 때문에 투자가 위축된다고 하는데, 시장원리에 의해 그런 경영주체는 퇴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의견을 부탁합니다.”
자본에는 국적이 없는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느 기업이라도 본사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해외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본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한국은 전 세계 생산기지나 연구개발 기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생산요소 가격이 낮은 한도 내에서 한국 기업은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기업 활동을 가치사슬이란 면에서 파악하면 높은 가치를 낳는 활동은 본사를 중심으로 그리고 그 밖의 활동은 나머지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낭만적인 생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논리가 무작정 한국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정책이나 사고는 마치 시계추 처럼 양극단으로 왔다갔다하게 균형을 찾아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매수합병 제도가 변화되어 온 과정을 살펴보면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운영해 온 1997년까지는 지나치게 기존 경영자들의 경영권을 보호해 왔다. 당시에는 경영 참여의 목적 없이 단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위 자체를 입법으로 방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8년 증권거래법이 이 제도를 폐지하면서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위협이 자유로워졌다. 물론 적대적 매수합병이 가진 순기능은 크다. 경영권 시장이 활성화되고 무능한 경영진들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의 효율성 제고라는 본래의 목적이 기여하는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문제는 국내의 굵직굵직한 기업들에 대한 경영권 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공세를 취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는 반면에 경영권을 방어하는 측에 대해서는 지나친 규제로 거의 손발을 묶어 두었다는 점이다. 공세를 취하는 사람에게 수단을 부여하는 것인 만큼 방어를 시도하는 사람에게도 이에 상응할 정도의 수단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기업소송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전삼현 숭실대 교수에 의하면, “2003년 상장기업(650개사)를 기준으로 보면 대주주 지분율이 1/3을 초과하고 주가순자산비율(청산가치)이 1을 초과하여 M&A 가능성이 낮은 기업이 9.4%에 불과하여 대부분의 기업이 적대적 매수합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거의 유일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자사주 보유를 늘리는 일이다.
실제로 상장법인(상장 + 코스닥)의 자기주식보유 금액은 2001년의 12.4조원에서 2005년의 35.7조원으로 늘어날 정도로 자사주 매입을 위해 기업들이 상당한 경영 자원을 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영권을 두고 공격하는 측과 방어하는 측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가는 일이다. 제도라는 것이 부작용이 발생하면 이를 수정해서 더 나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수합병 시장을 통해서 기존 경영진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경영자원이 지나치게 경영권 보호에 배분되지 않도록 차등의결권 제도의 도입, 포이즌 필, 의무공개매수제, 부분적인 황금주 도입 등 우리 실정에 맞는 경영권 방어제도의 도입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이들 제도 가운데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 때문에 도입이 미루어지고 있는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는 유럽과 많은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에서 정관 차이에 의해 넓은 예외가 되고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