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한 주가가 1986년부터 대세상승을 보이기 시작해 종합주가지수가 86년에는 69%, 87년에는 98%, 88년에는 70%의 가파르게 상승했고, 드디어 1989년 3월 31일 우리 증시 사상 처음으로 종합주가지수가 1,000 포인트를 돌파했다. 모든 투자가들이 주가 1,000포인트 시대의 도래를 노래하며 희망에 부풀었다. 모두들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고,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팔불출에 속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단기 급등에 따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비관적인 의견은 쉽사리 묵살되고 때로는 비난을 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4월 이후 주가는 조금씩 하락 추세를 타기 시작해서 그 해 12월에 접에 들면서 주가는 800 포인트대로 떨어졌다. 그 동안의 가파른 상승에 비하면 대단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불과 20% 정도의 주가하락에 전국이 들썩거렸다. 투자 손실로 인한 자살자가 발생하고, 이혼하는 부부가 나타나는 등 주가 하락이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종합주가지수가 최저치를 기록한 그 해 12월에 증권사 객장에는 증시침체를 풍자하는 노래가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주가를 원망하랴 / 재무부를 원망하랴 / 일가친척 물먹이고 / 망년회가 웬말이냐 / 내려가도 끝이 없다 / 부양책은 없다드라 / 840 이 웬말이냐 / 1,300 이 꿈이더냐
노래제목은 ‘주정만리’. 흘러간 옛 노래인 ‘유정천리’의 가사를 개작한 이 노래는 당시 우울한 투자자들의 시름을 달래는데 적격이어서 전국으로 번져갔다.
불과 3년 만에 160 포인트였던 주가가 1,000 포인트를 넘어서는 과정에서 모든 투자가들은 투기적 도취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투자가들 그 누구도 자신들의 행동이 신기루처럼 떠오른 환상을 좇는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집 팔고, 땅 팔고, 돈을 빌려서라도 주식투자를 감행했었다. 결국 정부는 그 해 12월 12일 투신사의 무제한 주식매입이라는 파격적인 증시 부양대책을 내 놓았으나 주가하락의 대세를 잠재울 수는 없었고 1992년 종합주가지수는 450 포인트까지 빠지고 말았다. 그 이 후도 침체를 거듭하던 증시는 1994년 다시 1,000 포인트를 돌파했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종합주가지수는 또 다시 280 포인트대 까지 추락하는 극심한 침체를 겪어야만 했다. 약 20년 전의 주가 상승 무드가 2007년에 들어서면서 재현되는 것 같았다.
2007년 1월 종합주가지수는 1435포인트로 시작했다. 1월 한 때 1360 포인트까지 빠지기는 했으나 이후 주가는 거침없는 상승을 지속하며 7월 말에는 대망의 2,000 포인트를 돌파했다. 불과 6개월 만에 50% 가까운 주가 상승이 나타난 것이다. 다시 한번 20년 전의 증시활황이 시작되는 듯 보였고 많은 증권사들이 연초에 발표했던 올해도 주가전망을 상향 조정하기 바빴다.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의 목소리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역시 대세 상승이라는 분위기에 묻혀 버렸다. 또 다시 주가는 상승만 할 것이라는 환상에 많은 투자가들이 빠져든 것 같았다. 그러나 8월 들면서 주가는 하락으로 반전했고 하루 중의 등락이 80포인트를 넘나드는 기복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1,800 포인트를 지지선으로 해 더 이상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가 여전히 팽배해 있다. 한번 주가 상승의 마력에 빠져있던 투자가들은 주가는 상승 한다는 환상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시장의 붕괴를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시장붕괴의 저변에는 투기적 도취감이 도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냉엄한 현실에서 애써 눈을 감는다. 사람들은 때로는 시장에 나타나는 불길한 전조를 심각하게 진단, 해석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비관적인 견해를 제시하는 사람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만다. 갤브레이스는 사람들이 투기적 도취상태에 빠져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것을 경계했다. 사막의 신기루 처럼 떠 오른 환상을 좇아가는 사람들을 두고 ‘바보들의 행진’이라고 묘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투기적 과대망상은 차라리 인간 본성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주가가 어느 기간에 걸쳐 어느 정도 상승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없다. 그러나 막연하게나마 단기 급등에 대한 불안감이 나타날 때에 만이라도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냉정하게 자신을 보지 못하고 군중심리에 휩싸일 때에 가진 것을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