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자증권으로의 리테일 부문 양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왔던 하나증권 노사 양측은 지난 1일 ‘리테일 영업양수·도와 관련된 근로조건 합의’에 대해 조합원들이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면파업에 들어가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이날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근로조건에 대해 전체 230여명 가운데 154명이 반대, 총파업을 결정했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조합원들은 한층 강하게 사측을 압박하고 나설 것으로 보여 자칫 장기파업으로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노조 집행부와 사측이 이날 새벽 3시가 넘는 협상 끝에 합의한 근로조건을 투표에 참여한 노조원 65%가 반대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대투증권과 하나증권 각각의 재편전략도 일정상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勞 “성차별적 직군제 폐지”= 노조는 그동안 성차별적 직군제 폐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투증권과 동일한 근로조건 쟁취를 요구해왔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사측과의 교섭을 통해 성차별적 직군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하나금융지주가 자회사 노사관계에 개입할 뿐만 아니라 하나은행에도 성차별적 직군제인 FM/CL직군을 유지하며 ‘모집단계에서부터 직군에 의한 성차별’, ‘동일한 업무에 대한 임금차별’, ‘배치와 승진에서 차별’ 등에 있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사무직군 여성노동자의 초임연봉은 1700만원 수준으로 이는 동일업무를 하는 증권노조 산하 지부 여성노동자 초임 평균의 68%선 이라는 것. 또한 사측이 제시한 사무직 근로조건 개선(안)으로 임금이 상승해도 사무직군의 초임연봉은 대투증권 사원급의 70%에 불과하다며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또 “단체교섭에서 위로금지급을 요구한 적이 없으며, 임창섭 사장이 사기진작비라며 자발적으로 상여금을 제시한 것”이라면서 “사측은 노동법을 위반, 대투증권 직원들을 파업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 使 “불법쟁의 책임 물을 것” = 한편 사측은 “이번 하나증권 21개 지점 및 본사 영업지원부서의 대투증권으로의 이동은 전원 고용이 100% 보장되는 것”이라며 “노조가 인력이동을 이유로 무리한 액수의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영업양수도 저지를 목적으로 하는 불법 쟁의로 규정, 민·형사상의 책임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이어 “요구하는 액수의 위로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주주 및 고객에 대한 도덕적 해이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점포영업직 성과급률 인상, 정규직 300%, 계약직 150%, 사무직 300%의 사기진작비 지급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임창섭 사장은 1일 “현 쟁의행위가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영업양수도 저지를 목적으로 이뤄진 불법쟁의행위”라며 “이는 대법원 판례에도 나와 있듯이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의 이러한 불법행위가 하나증권의 신뢰에 저해를 가져온다고 판단된다”며 “경영진은 노조측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