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은행들은 이제 장을 연지 얼마 안됐거나 이제 막 열어 놓은 장외상품파생분야와 원화신용파생분야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17일 주요은행들에 따르면 올해 중에 이들 파생상품 관련 거래가 크게 늘어나거나 첫 거래 기록을 쓰는 일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시장을 선도해왔던 산업은행의 위상을 뛰어 넘기 위해 국민은행을 필두로 신한 우리 하나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인력과 자원 등 투자를 크게 늘려왔기 때문에 이제는 열매 수확이 있음직한 시점으로 보인다.
몇 몇 앞선 은행 관계자들은 그동안은 위험관리를 하고 싶어도 국내은행이 못 미더워 국제 IB들에게 의존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새로 형성되는 분야까지 파트너 노릇을 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입을 모은다.
윤만호 산업은행 트레이딩센터장은 “최근 2~3년 동안 다수의 선진 은행들이 국내 은행업 인가를 따고 영업에 나선 것은 고부가가치 알짜 시장인 스왑, 옵션. 장외상품, 원화신용 등을 노린 것이지만 국내 은행들이 경쟁력을 키운다면 어깨를 견줄 날이 멀지만은 않다”고 주장했다.
전유문 국민은행 금융공학부장은 “장외상품파생시장은 올해 본격적인 활성화가 기대되고 원화 신용파생시장은 시장형성이 가시화되는 원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상품파생 너도 나도 “틀 잡을때면 내가 최강”
이 가운데 상품파생분야는 우리 경제의 특성에 따른 수요가 크며 은행들 역시 업무 본격화를 서둘렀고, 에너지 자원과 원자재 가격 불안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거래가 큰 폭으로 늘며 장다운 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자원과 비철 귀금속 등의 원자재들의 값이 2000년 이후 급등락하는 바람에 상품파생시장을 통한 위험회피(리스크 헤지) 수요가 커졌지만 국내 은행들은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해 5월22일 정부가 은행들도 상품파생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자 장은 열렸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유가 20여건과 비철금속 33건 운임 3건 등 56건 모두 1억3400만달러 규모를 성사시킨 실적을 발판 삼아 새해에는 거래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산은이 앞섰던 분야마다 빠른 속도로 추격해 일부 추월하기도 했던 국민은행은 오는 2월 안에 내로라 할 만큼의 가시적 열매를 맺으려고 동분서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 소시에떼 제너럴 그룹의 기업금융 및 투자은행인 ‘SG CIB’와 손잡은 뒤 시장공략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올해 시장 활성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은행 관계자는 밝혔다.
신한은행도 최근 비철금속과 귀금속 상품파생업무를 다룰 전문인력을 스카웃해 시장참여 확대를 부르짖었다. 우리은행은 시장분석과 거래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하나은행 외환은행도 수익확보 의욕을 북돋았다.
◇ 신용파생 ‘장다운 장’ 세우려 ‘靜中動’
장외상품파생분야가 이제 본격적으로 흥할 시장이라면 원화신용파생분야는 ‘장’다운 모습을 갖추는 첫해로 꼽힐 전망이다.
민간 전문가들과 일선 기업들은 원화CDS 활성화와 이들 CDS 거래활성화에 말미암아 탄생할 수 있는 합성CDO 시장형성을 기대해왔다.
은행이나 금융회사로선 확보한 수익의 일부를 떼어 주는 대신 CDS로 신용위험을 떨어낼 수 있어 좋고 이같은 상품을 사는 투자가들은 수익을 얻어 좋으며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드는 효과를 본 만큼 은행들이 더 적극적인 자금중개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21일 국내 한 대기업 대출자산 가운데 신용위험만 떼어내 JP모건은행과 100억원 규모의 CDS거래를 성사시킴으로써 원화신용파생 시장을 열었다.
산은은 이 경험과 저력을 발판 삼아 올해 시장을 본격 형성하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윤만호 산은 센터장은 “바젤Ⅱ 도입에 따라 금융기관들의 신용위험관리 수요가 늘 것이므로 연기금이나 보험 등의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능히 이끌어 낼 수 있는 신용파생상품을 만들어 내는 게 주요과제 중 하나”라며 “국내 일부 은행들이 상품개발할 역량과 리스크관리시스템을 갖춘 만큼 함께 노력한다면 가능한 시장”이라고 내다봤다.
전유문 국민은행 부장은 “국내에서 주고 받을 수 있고 상품판매할 수 있는 여건은 성숙했다고 본다”면서 “물꼬를 트기가 어렵듯 한 번 불붙으면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시장 형성과 활성화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산은은 지난해 1월 신용파생팀을 만들어 착수한 데 이어 현재 3명 수준인 퀀트를 10명 규모의 퀀트팀으로 확대개편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분리 신설된 금융공학부 안에 신용파생팀을 신설하고 업무에 본격 착수했다.
<주요은행 파생상품 딜링룸 조직인력>자료:각 은행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