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교육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투자 요소이다. 따라서 자녀교육에 관해서는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자녀교육에 대한 비용 지출에 대해서는 인색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무관리를 전공한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비 투자에 있어서 기회비용을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처럼 보인다.
교육을 위한 투자에 있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비용이란 부모자신의 노후비용에서부터 문화생활지출비용, 그리고 사회공익실현비용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자녀를 키우면서 무슨 수혜를 생각하느냐며 ‘무조건적인 내리사랑’의 위대함을 들어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투자의 관점에서 ‘자녀교육’만큼 넓은 의미로든 좁은 의미로든 천차만별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것도 없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4년간 조기유학을 준비하는 초등학생부터 MBA나 로스쿨을 준비하는 성인들에 이르기까지 유학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과 직장인, 그리고 부모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자녀교육이라는 투자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1. 명문가의 자녀교육법이 주는 힌트, 교육에 있어서 분명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최근 출간된 ‘세계명문가의 자녀교육(최효찬 저)’과 ‘명문기업가의 자식농사(이규성 저)’라는 서적에는 케네디, 톨스토이, 로스차일드 가문 등 세계적인 명문가들과 한국의 삼성, 현대 등 기업가의 독특한 자녀교육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서 필자의 눈을 끄는 것은 이들 명문가의 자녀교육에 관한 철학에 있어서는 나타나는 독특한 습관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습관은 몇 백년이 지나서도 그대로 유지해 오면서 집안을 이끄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대문호 집안인 톨스토이가의 경우 가장 중심이 되는 단어는 일기이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반성하고, 온 가족이 평생 일기 쓰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일관된 습관이 톨스토이가를 오늘 날 러시아 600백년 명문가를 이끌었던 힘이 아니었나 싶다. 반면 유대인 최고 명문가이자 1750년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250년 동안 세계 최대의 금융제국을 이어오고 있는 로스차일드가문의 가장 중심이 되는 단어는 돈이다. 예를 들어 그들의 자녀교육철학에 보면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도록 가르친다” “정보=돈, 어릴 때부터 정보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등 돈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이나 철학을 분명히 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러한 가정교육의 힘이 아마도 오늘날 스위스, 미국, 홍콩, 아프리카에 걸쳐 전세계의 부를 끌어 모은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명문가 역시 퇴계 이황, 율곡 이이, 그리고 현재의 삼성이나 현대 가문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분명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는 가문들이 있다. 이들 가문의 독특한 교육철학은 자녀들의 실생활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고, 때로는 한국기업문화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만큼 자녀교육에 대한 분명한 철학은 아이들의 미래, 더 나아가서는 집안의 미래까지도 좌우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상담한 많은 부모들 중에서 나름대로 개인적인 부와 사회적인 지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아이들의 교육철학에 의심이 갈 정도로 대책없는 상담을 하는 부모들이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모들의 경우는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유형이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또는 아이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도가 넘치는 이러한 부모들은 유치원부터 대학원 졸업 때까지, 심지어는 사회생활 까지도 아이들을 관리하려한다. 이러한 부모들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부모에 의해서 이끌려왔던 아이들은 어느 순간 자기중심을 잃고 방황할 확률이 많다. 따라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독립적이고, 스스로 일어설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집안이나 부모의 교육철학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모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가치는 던져주되, 그것을 실천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수정해 나가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독립적인 아이들은 자라서 의존적인 아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모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자녀교육에 대한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첫번째 해법은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절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용을 절감하는 첫번째 방법은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2. 유학을 선택과목으로 생각해라
유학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아이들의 유학문제를 고민도 하기 전에 돈부터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신이 영어를 못하는 것이 한이 된다면서 우리아이는 무조건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모들도 많다. 모두들 유학이 대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유학에서 만큼은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투자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연봉 1억이 넘는 직장인이라도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유학비용을 감안하면 대단한 투자의사결정을 하는 셈이다. 만약 순투자금액으로 2억원에서 10억원 정도를 투자해 사업을 하는 의사결정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투자안에 대해서 엄청난 고민을 할 것이다. 사업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기도 하고, 사업을 할 장소를 물색해보기도 하고, 그리고 사업 아이템에 대해 밤새워 고민해 보기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들여서 사업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의 이면에는 사업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옵션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의사결정에서 결국 선택하는 것은 “사업을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는 의사결정일 것이다.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차라리 투자금액을 안전한 금융자산에 예치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학에 대한 한국 부모들의 투자마인드는 어떠할까? 많은 부모들이 선택하는 안은 유학을 보내되, 가능하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다시 말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조금 비싼지역으로 보내려고 한다. 여기에서 유학을 보내지 않겠다라는 옵션은 이미 빠져있는 것이다. 이러한 투자안에 대한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필자의 예상으로는 금전적 수익률을 따지면 차라리 그 돈을 나중에 아이들을 위해 가게 하나를 차려주는 것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유학을 투자라는 관점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는 논리는 간단하다. 돈이 수반되는 자녀교육이 결국 부모들이 그러한 투자금액을 자녀로부터 돌려받으려는 의도로 투자를 하는 것이든 아니면 자녀에게 줄 돈으로 이미 계산을 하고 투자를 하든 돈의 주인은 부모라는 사실이다. 돈의 주인이 투자를 하는 데 있어서 손실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투자를 하는 것은 원숭이가 찍어주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 부자아빠 엄마가 되기 위해서 아이들의 유학문제는 원점에서부터 생각을 해야 한다. 유학을 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유학을 안 보내는 옵션을 먼저 고려하고 유학을 안보내는 것 보다는 보내는 것이 투자수익률면에서 유리하겠다는 확신이 들 때 유학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철저한 시장조사와, 투자대상이 되는 자녀가 가지고 있는 핵심경쟁력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을 하고 난 후에 유학지역이나 시기, 그리고 전공 등을 결정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3.행복한 노후생활의 최대의 적은 자녀교육비라는 점을 명심하라
자녀들의 교육에 유별난 엄마들을 빗대어 사람들은 “Jewish Mom”이라는 표현을 쓴다. 유대인들의 어머니들을 가리키는 말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자녀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Jewish Mom”보다 더 열정적이고 자녀교육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켜 사람들은 “Korean Mom”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한 비슷한 표현으로 박세리 선수나 미국 LPGA골프대회에 골프중계를 보면서 아나운서들이 가끔 하는 말 중에 “Korean Daddy”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한국부모들의 헌신적인 노력은 이미 미국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부분이다. 자녀교육을 잘 시켜 행복한 노후를 바라는 부모들이 얼마나 있을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교육비를 투자라는 관점 보다는 사랑의 전달 도구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신들의 노후를 생각하면 가끔 뒷골이 당길지도 모른다. 노후자금 최대의 적이 바로 자녀교육비이기 때문이다. 자녀교육비를 지원해주던 직장에서도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는 현실에서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특히 최근 직장생활의 실질적인 정년이 50대 초반 또는 심지어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40대 후반으로 짧아지게 되면서 직장에서 자녀교육비를 지원하는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자녀교육비는 부모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고, 자녀교육비의 지출은 자신의 노후준비 비용에서 나와야 한다. 돈에 꼬리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후생활자금으로 모아놓은 돈을 또는 노후생활준비자금으로 들어갈 돈을 자녀교육비로 꼬리표를 달아서 지출하게 된다면 지금 보다는 한번 더 생각하지 않을까? 사실 한국 부모들의 교육비 지출에는 거품이 많다. 거기에는 지출하지도 않아도 될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의 사교육비 지출은 OECD가 만든 통계자료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인들의 민간인 교육비 부담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그것도 독일, 영국, 스위스 등 비교적 교육열이 높은 국가에 비해서도 월등히 앞서는 수치이고, 더 주목할 만한 점은 고등학교 이후의 교육비 부담률이 현저하게 높아진다는 이야기이다. 85%를 웃도는 민간부문의 교육비 부담은 정부의 교육비 지원이 적어서가 아니라 사교육비에 대한 지출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교육비지출을 줄이는 것은 부모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현실이다. 자식들이 공부를 더 하겠다고 돈을 달라고 하면 주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돈에 꼬리표를 붙여서 아이들의 교육비 지출이 될 때마다 나의 노후생활 준비자금이 줄어들고 있음을 나타내는 심리적인 회계장부(Mental Accounting)를 가져야 한다.
그 동안 필자는 상담과 강연 그리고 기고를 통해 자녀의 장래나 유학문제, 그리고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는 많은 부모들을 만나왔다. 한결같이 한국의 부모들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탓한다. 모두들 참여하고 있는 ‘자녀교육’이라는 게임에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규칙도 없고 심판도 없는 이 게임에서 얼마만큼 아이들을 연습시켜야만 아이들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투자해야 할 돈이 얼마인지, 언제 이 투자한 돈을 회수해야 하는지 모르는 ‘치열하고 무의미한 경쟁(Rat Race)’에서 빠져나오는 묘수는 지금까지 없는 것 같다. 다만 자녀교육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교육철학에 대한 정립, 그리고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교육비 투자에 대한 현명한 접근방법이 조금이나마 투자수익률을 늘리고, 투자손실률을 줄이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조 훈
연세대,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 졸업
시카고 대학 입학사정위원회(Dean’s Admission Committee) 위원, 국민은행 캐나다 현지 전문역, KPMG 컨설턴트, 삼성금융그룹 전략기획팀 차장,
삼성금융연구소 전략실 수석연구원
TOP Business School 지원 컨설팅 (2003~현재)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강의
주제 : Career Management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