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1년 신한은행을 입행했던 통합신한은행 수원 영화동지점 이남수 과장.
혹시 신이 계시다면 이 은행은 물론 다른 은행 고객들을 긍휼히 여기신 걸까. 지난 9월말 이 과장에게 경찰의 협조요청 내용이 전해졌다. 전국에 걸쳐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한 국세청 사칭 세금환급사기범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달란 거였다.
“처음 맡았던 당시엔 Day2(옛 조흥과 옛 신한은행 전산통합 및 업그레이드 작업) 막바지까지 겹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죠. 설상가상으로 경찰이 준 정보라고는 K은행 계좌번호 뿐인데다 CCTV 작동이 서툴러 기록화면을 뒤지는데도 애를 먹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고생하고 있을 경찰들보다 피해를 이미 입은 고객들이 겪고 있을 고통, 그리고 다른 고객들이 앞으로 같은 범죄의 타깃이 될지도 모를 위험성을 모른체 할 수 없다는 일념에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K은행 쪽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범인이 피해자들이 입금시킨 돈을 찾기위해 이용한 기기번호나 정확한 시간까지는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통합 신한은행 정신이 통하는 동료직원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업그레이드한 전산통합도 됐겠다, IT부서에 도움을 청했더니 어떤 기기에서 몇시 몇분 몇초에 출금했는지 확인됐고 CCTV확인은 이 업무에 능숙한 지점 동료 나상민 계장의 도움으로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전산시스템이 인식하는 시간과 CCTV 시간이 차이가 5분 정도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확신이 드는 사람을 찾아낸 뒤 관련 자료를 특급우편으로 경찰에 보낼 땐 고객들의 추가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뿌듯했죠” 그는 일상업무와 Day2 막바지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보름만에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 단서를 만들어 넘겼다.
끝까지 특별한 일을 한 게 아니고 “신한인이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말로 중무장한 이 과장. 그 자신은 몰라도 특별한 건 있었다.
일단 그는 평소 고객과 약속했거나 중요한 민원 업무를 까먹을까봐 진짜 중요한 건 엑셀에 저장해 놓고 다른 것도 잘 보이는 곳에 메모로 애지중지 관리하며 내외부 고객만족을 위해서라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고양경찰서 이경애 경사가 넘겨 받은 자료는 그의 이런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다. 한 두 장으로 범인식별이 어려울까봐 스틸화면 여러 장을 디스켓에 저장해 보낸 것이다. 이 메일로 사진 한 두장 받곤 했던 이 경사는 이런 정성에 감동해 나중에 편지까지 써 보냈다.
입행한 뒤 방송대 영문과와 아주대 경영대학원을 마쳤다는 이 과장은 요즘 방송대 중문과 수학에 빠져 있다.
“중국어권 고객들이 많이 오는데 이왕이면 중국어로 반겨 주고 의사소통하면 열성 고객이 될테니까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그에겐 초등학교 때부터 살았고 입행뒤 줄곧 영업무대로 누볐던 수원과 인근지역에서 지역 영업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게 소박한 꿈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