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기업가치에 대부분 반영돼 있기도 하지만 일회성 비경상이익을 누릴 만한 구조조정기업 출자지분이 남아 있고 마진 하락세가 급격히 꺽이고 있어 새해 역시 큰 규모의 이익을 내다볼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사(史)는 비가격경쟁력과 이익창출력 그리고 국제화 선도역량 등을 놓고 상위 은행과 중·하위 은행이 나뉘는 시대로 본격 이행할 것이란 예상을 불러일으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국내은행은 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3.10%에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고정이하 커버리지Ratio)이 143.31%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여기다 은행들은 4분기에도 순익을 적잖이 낼 것으로 예상돼 올해 말 지표가 더 좋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증권가 한 분석가는 이날 “감독당국의 방침과 은행들 자체 판단에 따라 충당금을 많이 쌓더라도 순익을 내고 자기자본 확충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BIS비율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적정성과 여신건전성을 따지는 대표적인 이들 지표가 좋다는 것은 은행경영의 건강과 체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올 3분기부터 대출자산 확대경쟁을 자제하고 이익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돌아선 바 있다.
이같은 선택의 결과 첫째로는 고정이하 커버리지Ratio의 가파른 상승이 명약관화하다.
지난 9월말현재 국내은행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모두 8조7696억원이고 충당금잔액은 11조9025억원으로 고정이하 커버리지Ratio는 143.31%다. 이미 지난 분기에 2001년 76.07%의 두배를 웃도는 비약적 변화가 일었다.
감독당국은 여기에 만족치 않고 대손충당금을 2조5000억원 이상 더 쌓도록 적립기준을 강화했다. 은행들의 대출확대 자제와 새로운 부실발생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감안해 올 연말 은행권 고정이하 여신 규모가 9조원에 이르더라도 충당금으로 2조5000억원 더 쌓으면 적립잔액은 14조4000억원을 웃돌기 때문에 고정이하 커버리지Ratio는 160%에도 너끈히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출확대 자제는 BIS비율 추가상승에도 이롭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충당금 적립부담이 커진 탓에 이익규모가 줄기는 하겠지만 적지 않은 이익에 따른 내부유보가 늘고 신종자본증권발행을 통한 기본자본 규모는 물론 후순위채 등의 보완자본 증가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4분기 이익 실현분 만큼 배당을 하더라도 실제 배당은 새해 1분기로 넘어가므로 12월말 현재 BIS비율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짙다는 게 중론이다.
이럴 경우 은행권 전체 BIS비율은 14%대에 근접하거나 14% 안팎까지도 기대할 만 하다.
이처럼 연 이태째 사상최대 이익을 거둔데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충당금적립을 대거 늘리게 되면 2007년 경영여건이 어렵더라도 해볼만한 상태로 가다듬어 질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내년에 부동산 가격이 경착륙을 하지 않는다면 비경상이익을 거둘 게 남아 있고 마진하락세도 진정된 만큼 경영지표들이 미국 100대 은행 못지 않은 수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외환위기 초반 우량은행 선별 척도로 BIS비율이 쓰였고 외형확대 경쟁이 한 고비 넘겼기 때문에 새해에는 △비가격 요소를 강점화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이자이익은 적정하게 비이자이익은 뚜렷하게 늘리는 은행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내는 은행 등의 척도가 좋은 은행을 골라 내는 척도로 작용하기 시작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커버리지Ratio 추이>
(단위: %)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