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비가격경쟁 원년에 뿌린대로 거두리](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6121109000524385fnimage_01.jpg&nmt=18)
인력증감 엇갈림 속 성장세 기울기는 양분화
10일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내년 역시 큰 진전은 없겠지만 순이자마진(NIM) 안정세와 동시에 어느 은행이 비이자이익을 많이 내고 카드영업을 잘 하느냐를 증명하는 과정 자체가 비가격경쟁으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든 은행들이 새해엔 올해 기승을 부렸던 가격경쟁은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가격경쟁 자제 또는 종식 전망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미끼 금리를 앞세워 일단 유치하고 보자 식의 아파트 집단대출 경쟁이나 다른 은행 고객을 뺏기 위해서라면 노마진은 물론 역마진도 서슴지 않았던 중소기업 고객 늘리기 경쟁이 완화될 것을 뜻할 뿐이다.
같은 날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예대금리 수준을 적정 수준으로 잡아 놓으면서 힘겹게 늘려 놓은 자산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막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 고객을 상대로 교차판매를 확대하려 하다보면 상품과 서비스가 융합된 만족도가 중요한 국면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7일자로 살펴본 점포당 외형증가세에 이어 1인당 외형 성장지표를 보니 점포당 변화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1인당 외형증가세의 기울기는 기업은행이 단연 가팔랐고 우리은행 역시 기울기가 컸다. 두 은행은 대출증가 경쟁을 주도한 은행답게 1인당 수신액과 대출액의 격차가 바짝 붙었다.
기은의 9월말 현재 양 지표의 차는 1인당 5억9077만원에 그쳤고 우리은행은 11월말 현재 아예 1억5902만원으로 좁혀졌다.
대출증가세를 따라 잡지 못하는 수신증가규모 우려가 선연히 드러난 지표다. 두 은행 모두 정규직 기준으로 2년 가까운 기간 각각 48명(기은)과 52명으로 인력증원 규모가 크지 않다. 극단적 표현을 쓰자면 직원들을 가장 잘 써먹은 은행인 셈이다.
반면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두 지표 기울기 모두 완만할 뿐 아니라 격차 역시 안정적 모습이고 하나은행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의 경우 대출 증가가 늘면서 격차가 소폭 줄었으나 총수신 규모가 월등히 앞선다.
그런데 국민은행은 2004년 말보다 그새 임직원 규모가 1720명이나 줄어들었지만 하나은행은 직원수가 998명이나 늘어났으면서 외형 성장 역시 뒤처지지 않았고 신한은행은 55명 늘어난 것이어서 의미 있는 변동이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1인당 외형 성장을 크게 일으킨 은행의 생산성이 좋아진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은행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수신상품 대신에 펀드 등의 투신상품과 방카슈랑스 판매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 원화대출과 수신고 비교로 끝나면 정확한 실상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 영업의 근간이 예대구조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 이자이익 흐름을 겹쳐 놓고 보면 진정한 생산력의 차이가 보일 것은 자명하다.
이것을 근간으로 삼고 비이자이익을 다른 은행보다 효율적으로 확보하려면 고객의 환심을 누가 장기간 끌고가느냐를 결정할 3대 역량요인에 전적으로 달렸다. CRM역량을 비롯해 상품의 제조 또는 유통역량과 고객들의 심리선호도 흡인력을 어느 은행이 잘 갖췄는지가 비가격 경쟁시대를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의 지적은 많았다.
인력을 많이 늘렸다거나 적게 늘렸다느니, 1인당 외형이 누가 크냐느니 하는 것 이상의 질적 경쟁역량은 어디서 나오는가. 고도의 복합서비스 시대로 치닫고 있는 금융업 격변 속에서 적재적소에 쓸 강병을 누가 잘 조련해 뒀고 이끌 수 있냐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 생산성의 격차는 앞으로 비가격경쟁력 기여도가 커질수록 현격한 격차를 보일 것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