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의 거래시스템 수출노력이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국내증권시스템 수출의 신호탄이자, 국내 금융기관들의 동남아진출이 한결 쉬워졌다는 얘기도 된다.
금융산업이 해외시장에 나갈 때 국내와 유사한 환경을 가진 나라라면 영업하는 게 원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 같은 사업의 첨병역할을 하는 것이 KRX의 해외사업추진단이다.
주목적은 KRX의 전산시스템을 해외에 파는 것이지만, 보다 큰 목적은 국내 금융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기반을 만들어 놓는 일이다.
김재일 해외사업추진단 단장은 “개도국의 증권시장을 만들어 주고 기술지원과 자문을 하는 게 역할이지만 보다 큰 목적은 잠재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외국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 주요 증권거래소는 통합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유럽의 유로넥스트가 합병을 앞두고 이사회 구조개편단계에 들어갔고, 유럽최대규모의 런던증권거래소를 놓고 미국 나스닥이 인수를 추진하는 등 거래소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증권거래소도 이 같은 흐름에 뒤쳐서는 안된다는 게 김 단장의 생각이다.
이 같은 흐름의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단장은 “아시아에서 한국이 전산시스템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면서 “외국에 이를 구축해주면 국내 금융기관이 진출했을 때 훨씬 원활하게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적인 예가 베트남 증권거래소다. 금융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베트남에 국내 증권거래소가 시장과 제도를 만들어 준 결과, 금융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유무형의 네트워크가 구축됐다.
이 덕분에 국내 금융기관의 진출의 훨씬 원활해졌다. 이미 6개 증권사가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김 단장은 “당장 전산시스템을 수출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7년 8년쯤 뒤 국내 금융기관들이 동남아에 진출해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