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신을 취급하지 않는 수출입은행과 전산통합때문에 집계가 되지 않는 씨티, 제주 은행을 뺀 은행권 휴면예금은 지난 3월말 현재 2003년 1144억5900만원보다 무려 3배나 늘어난 3496억6000만원에 이른다.
휴면예금액은 2004년 1002억3600만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말 1339억5000만원으로 늘었으나 올 들어 뚜렷하게 폭증한 것이다.
이후 은행들의 환급노력이 펼쳐지긴 했지만 8월말 현재 휴면예금액 합계는 3437억4200만원으로 여전히 2003~2005년의 2.57배~3.42배나 많은 규모다 .
게다가 은행별 휴면예금 규모는 자산규모 순서와 일치하지 않아 은행들의 정책적 관심과 의지에 따라 들쭉 날쭉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은행은 고객기반 최대 은행답게 휴면예금이 3월말 825억5800만원, 8월말 812억8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농협은 3월말 517억7100만원에서 8월말 438억6200만원으로 줄었으나 하나은행은 448억7400만원에서 511억800만원으로 늘었다.
또 우리은행이 SC제일은행이나 외환은행보다 고객수와 자산 모두 앞서 있지만 3월말, 8월말 휴면예금은 우리은행이 256억200만원과 245억5300만원인데 반해 SC제일은행은 우리은행보다 많은 376억6900만원과 370억8100만원이고 외환은행은 3월엔 우리은행보다 적은 253억8700만원이었으나 8월엔 252억3900만원으로 우리은행보다 많아졌다.
지방은행들끼리 비교하더라도 자산규모와 휴면예금액 규모가 비례하지는 않았으며 줄어든 곳과 옆걸음질 한 곳이 공존하고 있다.
이처럼 올 들어 휴면예금 규모가 폭증한 것은 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객들이 방치하게 된 계좌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환급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고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환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부산 남구갑)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이 `휴면계좌 통합조회시스템`가동 후 고객들에게 환급한 휴면예금은 60억89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에 열린우리당 김혁규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고객의 청구권이 소멸돼 은행이 잡이익으로 처리한 규모는 2004년 1018억원에서 2005년 1354억원으로 늘었다.
잡이익 처리규모는 역시 국민은행이 55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농협 468억, 신한 236억, 우리 198억, SC제일 190억원, 하나 178억 등의 순이었으며 전산통합을 핑계로 휴면예금 집계치를 공개하지 않아온 씨티은행도 잡이익으로 챙긴 액수는 33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15일 올해 5~8월 사이 환급 규모를 공개하면서 “은행권 휴면예금 환급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휴면예금 환급을 위해 금융실명법상 고객이 영업점에 직접 들러서 창구직원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등 고객실명 확인절차가 까다로워 고객들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휴면예금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었고 올 들어 폭증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돌려주려는 의지가 부족한 반면 잡이익 처리규모가 늘고 있다면 독점적 면허사업자의 횡포라는 근본적 비판을 면키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의 휴면계좌 잔액을 활동계좌로 자동이체하는 움직임을 포함해 보다 적극적인 해소책을 구해야 마땅하다는 소비자 단체들의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은행별 휴면예금액 추이>
(단위:백만원)
*휴면예금 02년치는 금감원집계, 2003부터는 은행연합회 휴면계좌 통합조회시스템 집계
**한국씨티는 제주 등은 2003부터 집계 없어 2002 합계치에만 반영
***환급1은 조회시스템 가동 후 집계(김정훈의원에 제출),
환급2는 올 5~8월 환급분(15일 추가공개분)
<출처 : 금융감독원 정무위 국감 자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