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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금융계 중정(中庭)에서 거닐 때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9-27 22:45

감사원 감사결과 한탄하는 금융민심

26일 감사원이 쏟아낸 ‘금융공기업 경영혁신 추진실태’ 감사결과가 보통사람들에게 안겨 준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일부 언론매체들이 ‘쇼킹’해 보임직한 내용을 부각하는 편집의 묘를 발휘한 덕에 하는 일에 비해 ‘부도덕하게 자기 몫만 잔뜩 챙기는 비만아’정도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던 거죠.

감사원이 지적한 문제점 가운데 “국책은행 등의 지배구조 개선방안 강구 촉구”부분 같은 경우는 감사원이 왜 필요한 기관인지 돋보이게 한 것도 사실입니다. 감사원은 경영감독과 정책감독이 일원화돼 있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지 아니하는 등 문제점을 노정했다”고 지적했죠.

재경부 스스로 진단하기 불가능한 이같은 지적과 더불어, 누가 보더라도 방만경영 사례라 볼 수밖에 없는 것들을 짚어 낸 것이 적지 않은 호응을 얻은 비결이라 봅니다.

하지만 금융현업 출입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기에 감사성과주의에 빠졌거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의욕에 비해 전문성이 덜 뒷받침되는 바람에 깔끔하지 못한 뒷맛을 남긴 부분 역시 적지 않아 보입니다.

혹여 일반의 논리와 상식에 충실하느라 현업의 논리를 간과해서 부정확한 판단을 했다면 공신력에 금이가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마저 있습니다.



# 묵은 잣대로 21세기를 잰 흔적

감사원이 이번 감사에 임하며 설정한 대전제를 포함해 일부 세부 영역에 대한 감사에서는 시대에 맞지 않거나 현업의 논리를 무시한 잣대를 사용했다는 의구심이 듭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이번 감사가 분명히 경영혁신 추진실태를 따져 보는 것인데 실제 주안점은 ‘축소지향의 구조조정’과 ‘기 확립한 규칙에 부합한가 아닌가’에 맞춰지는 괴리가 빚어지고 말았습니다.

감사원은 그동안 산은이 수신기반 확충을 꾀하기 위해 추진했던 지점 증설을 가로 막은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엔 회사채 인수업무에 대해 증권사 고유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로 규정해 비우량기업 등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는 ‘당초 설립목적이 산업자금공급인데 딴 짓을 한다’며 회초리를 드는 격입니다.

하지만 산은 역할을 산업자금공급에 한정하는 것은 정책자금 배분이 유일한 임무였던 때나 경제개발계획이 한창이던 때 금융산업의 현실과 국가정책목표가 부합한 것일 뿐입니다.

산업은행은 산업자금공급 말고도 시장실패를 보정해주는 금융시장 최후의 보루여야 합니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사는 산은을 중심으로 우리은행 농협 기은 등의 이른바 ‘금융공기업’이었음을 지난 LG카드 사태 때 확인됐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과 금융산업 발전에 발맞춰 수익기반을 확충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책은행들과 정부계로 민영화될지도 모를 일부 국책은행들까지도 유사시에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는 힘이 비축되지 않을까요?

민간 금융사들이 리스크 테이킹을 주저하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외면했던 분야를 먼저 개척했다가 나중에 민간 금융사가 나름대로 뛸만 할 때가 되면 국책은행은 그때 지체없이 빠져주는 게 아주 당연한 것일가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 시장원리 가운데 하나 아니던가요.



# 최소한 두 다리, 한 쌍의 날개라야 뛰거나 난다

국책은행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대표적 비판논리는 요즘 기업들과 은행의 관계역전,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자금조달 코스트의 관계역전 등을 아는 사람에게는 허상일 따름입니다.

감사원은 2005년 실적을 기준으로 이미 산은이 시장점유율을 스스로 축소하는 고육지책을 썼던, 이미 일어난 변화를 외면하는 구태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외환보유 규모에 대한 일관된 기준 없이 외환보유고 산정기준을 계속 변경했다는 대목도 정답이 없는 논란지대에 있는 한 기준만 끌어왔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우리나라는 대외거래의존도가 높아 IMF가 정한 ‘1년내 만기도래 유동외채액+환율급변시 외환도피 예상액’이란 기준보다 더 확충해야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고 환율급변시 외환도피 예상액 산정도 단순화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산관리공사가 해외 부실채권시장 진출을 위해 후진국 정부기관 등에 자문을 제공하고 투자중개업무를 수행하며 밑밥을 던지는 과정에 대해서도 예산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것은 한국경제의 글로벌화 추세에 찬물을 끼얹을지도 모르는 지나친 압박이란 우려도 안겨줍니다.

이밖에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1인당 평균 연봉이 높게 나타나기 마련인 점을 간과하는 등 개별 또는 대부분 금융공기업들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시중은행과 단순비교하는 분석 역시 선뜻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모럴해저드로 인정되는 부분을 도려내는데 감사원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그렇다면 21세기 한국금융산업에 금융공기업들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전적 방안을 끌어내도록 방향을 전환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동물 가운데 가장 적은 운동 기관으로 전진하는 건 사람입니다. 사람도 최소한 두 다리가 있어야 활달하게 걷고 뛸 수 있고 새도 한 쌍의 날개가 있어야 하늘을 납니다. 국책은행과 민간은행이 공존하고, 이제 출현할 한국판 투자은행도 국책기관과 민간사가 경쟁할 때 시장과 산업이 성숙하리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당연히 도려내야 할 환부 제거에서 일탈해 금융공기업이 부도덕하고 쓸모 없는 존재들로만 매도된다면 나라경제와 국민 모두의 후생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단 정부기관 뿐 아니라 우리 금융계에 가장 아쉬운 건 전체 금융산업의 지형을 통찰하면서 균형발전하는 길, 금융공기업이 공공성 극대화와 적절한 수익창출을 통한 국민경제 기여의 균형달성할 해법이 무언지 파악하는 너른 시야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비단 저 뿐만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 칼럼을 처음 엽니다

이번 호부터 부정기 컬럼으로 ‘금융계 중정에서 거닐 때’를 싣고자 합니다. 중정(中庭)이란, 예를 들자면 우리 전통 가옥의 ㄷ자 또는 ㅁ자 마당이 중정 이요 공동주택단지 사이 사이도 중정이며 큰 규모로는 시가지에서 건물로 둘러 싸인 광장 역시 중정이라 합니다. 다만 건축 공간으로서 중정이라기 보다는 이 곳이 거주민들의 만남과 정보공유, 의소소통과 동시에 생활 현장이란 기자 칼럼 타이틀로 착안했습니다. 특별히 제목에서 쓴 ‘때’는 분석과 모색의 대상이나 양식이 때로는 공시성(무시간적 또는 동시적)을 띨 수도 있고 아니면 통시성(또는 역사성)을 띨 수 있는 다양성을 품기 때문입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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