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씁쓸함이 앞선다. 자원봉사보다는 자원봉사 몇 시간을 채웠다는 확인서에 눈독을 들이는 풍토가 퍼져있기 때문이다. 이 확인서는 생활기록부와 입사원서에 유리하게 작용한단다.
‘봉사’란 사전적의미로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바쳐 애씀’을 뜻한다. 여기에 ‘자원’이란 말까지 붙었으니 ‘자원봉사’란 남이 시키지 않고 자발적으로 남을 위해 애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사회는 본말이 전도된 듯 한 행태가 줄을 잇고 있다. 확인서를 위한 비자발적 봉사를 하는가 하면, 연말연시나 수해 시 구호물품을 쌓아두고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등 소위 생색내기용 일색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리딩뱅크를 자처하는 국민은행에서 자원봉사·사회공헌을 위한 타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그간 산발적으로 운영했던 사회공헌을 보다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 TFT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소외 청소년을 위한 지원과 이들에 대한 인성·가치관 교육은 물론 경제 및 금융교육 등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달 초 구성된 TFT는 한 달간 주요 의제와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지난 29일 본부장 보고를 마친 상태다.
31일 수석부행장 보고를 거쳐 다음 달 중 행장 결제와 경영협의회·이사회 의결을 거친다고 하니 빠르면 9월 중순 이후 그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TFT에 따르면 국민은행 영업이익의 2%가량을 사회공헌에 쓸 예정이다. 올 국민은행 자체 영업이익 추정치가 3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년 600억원 이상이 사회공헌에 쓰여 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작년 100억원, 올해 200억원 가량을 사회공헌사업에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해외 유수기업들의 성공한 사회공헌 활동에는 △비전과 핵심가치를 연결하는 철학과 △전사적으로 습관화된 나눔 문화 정착, 그리고 △1회성이 아닌 지속적 활동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었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국민은행은 아직 이 같은 3요소가 갖춰져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소외 청소년을 우선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소외라는 정의조차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해외진출, M&A와 함께 사회공헌을 3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이왕 사회공헌에 대한 사업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면 생색용이 아닌 철학과 문화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성장시키길 바란다. 이 길이야 말로 국민은행이 외국기업이냐 국내기업이냐는 논란을 잠재우고, 존경받는 기업·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남현 기자 n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