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이 가장 최근에 밝힌 정책 방침은 △신규수익원 창출 등 수익구조 개선 유도 △중소기업 금융지원 활성화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실수요와 투기간 차별적인 관리 등이다.
지난 27일 금융감독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이 국회업무보고 내용으로 담은 이 같은 처방전은 그간의 정책방향이 집약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계에 깊이 녹아있는 고민의 면면을 훑어보면 이 정도 처방은 ‘공자님 말씀’이긴 하지만 체질 개선 보약으로서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
◇ 수수료 현실화 숙원의 딜레마와 상업은행 본연의 역할 = 당국은 국내 은행들의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은 선진국에 근접했지만 자산규모와 수익구조다변화가 미흡하다고 진단내렸다. 이에 안정적 성장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신규 수익원 발굴 등 장기 수익능력 확충과 차별화된 경영전략 마련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계에선 말이 쉬워 신규 수익원 발굴이지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시름에 빠져 있다. A대형은행 개인고객 담당 임원은 “요즘처럼 외형 경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자수익은 어차피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눈을 돌리자면 수수료 밖에 없지만 수수료 현실화를 거론할라치면 곧바로 서민부담 가중이야기가 나올 것이 뻔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신규 수익원 발굴과 관련해 B대형은행 리스크관리 담당 임원은 “블루오션론이 한 때 득세했지만 가능성이 잠재해 있더라도 수년에 걸친 적응기간을 거쳐 뛰어들어야 하는 블루오션이라 와일드오션은 눈에 들어와도 당장 달려갈만한 블루오션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C대형은행 한 임원은 “외형 확대를 통해 늘린 고객의 수요를 재빨리 효율적으로 접근해서 교차판매를 늘리고 상품 판매 폭도 넓힌다면 제한적이나마 수익 증가 수단이 확보될 것”이라며 “은행마다 성과의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다.
아울러 시중은행 일각에서는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장기간 자금이 묶이기 마련인 IB분야의 경우 상업은행들이 확대해서 되는 분야인지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CSS, 타깃 마케팅 최적화엔 유용”
정책자금 저축은행 허용 필요성 의문
◇ 중소기업 금융지원 인프라 개선책에 가까운 활성화 방안 = 당국은 중소기업 금융 선진화 세부방안을 오는 7월 중에 마련하고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신용평가능력 확충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은행 관계자들의 반응은 아주 당연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중개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일 수는 있어도 자금공급을 당장 눈에 띄게 늘리는 방안일 수는 없다는 지적도 함께 섞여 들린다.
특히 기업신용평가시스템 적용기업 비율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점검을 강화한다는 방침은 리스크관리 선진화 효과는 클 지언정 자금중개 확대책으로 직결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시스템 적용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대형은행 고위간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중소기업에 신용평가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많이 됐고 디마케팅이 필요한 기업을 가려내는 등 타깃 마케팅 최적화에 유용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대형화 추세 속에 은행들이 취할 중소기업금융 행태는 우량 중소기업과 차순위로 등급이 적격한 기업들을 다루기 마련이어서 금융지원 수혜 폭이 넓어지긴 어렵다고 반복 지적해왔다.
이밖에 저축은행에 정책자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에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형편이다.
최근 중소기업 경영인과 간담회를 가졌다는 한 은행의 L팀장은 “정책자금 취급기관이 적어서 혜택을 못 입는 게 아니라 이용하기 불편하거나 대상으로 선택되기 어렵다는 하소연은 여전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억제책의 앞날은=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국회 답변을 통해 투기수요와 서민 실수요를 분리해서 운용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겨냥한 창구지도가 부분적으로 느슨해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실상 완화돼 하반기에는 올 5월 이전까지 대출 증가세를 웃돌지는 않더라도 수요에 따라 늘리는 정상국면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