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외환은행 부점장들의 사표 제출과 이를 수리할 뜻을 밝힌 외환은행장, 그리고 외환은행 인수를 강행한 국민은행 간 삼각구도 형성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본계약 체결 소식 직후 외환은행 노조는 ‘외환은행 전직원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2003년 불법매각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고 2006년 재매각의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이번 본계약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노조는 불법매각 진상규명과 불법 국부유출의 저지를 바라는 전 국민의 뜻을 받들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날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만난 한 직원은 “외환은행 및 론스타와 관련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이 이렇게 까지 급하게 추진할 사안인지 모르겠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현재 외환은행 노조는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벌이며 웨커 행장의 본점출입을 막고 있다.
웨커 행장은 지난 19일로 5일째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외환은행 한 직원은 “지난 2년 동안 한 가족임을 누차 강조해왔다면 이런 상황에서 CEO로서 책임감을 갖고 직원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 정도는 행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직원들의 심정과 마찬가지로 외환은행 부점장 551명은 비상대책위원회에 일괄 사직서를 맡김으로써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독자생존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웨커 행장은 이날 대직원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한 뒤 집단 사직서 제출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음을 밝혀 향후 갈등에 더욱 불을 붙였다.
웨커 행장은 “이 시점에서 능력있는 일부 부점장들이 사직을 하게 된다면 애석한 일이지만 실질적이고도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분들은 은행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사표 수리의 뜻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 외환은행 노조는 강정원 국민은행장 면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외환은행 부점장 비대위는 “투기차익 실현에 급급한 론스타와 그들의 법적 자격과 국부유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혈안이 된 국민은행 일부 인사는 정부당국이 진행하고 있는 감사 및 수사를 조롱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비춰 외환은행 직원들과 현 외환은행 경영진 그리고, 이를 합병하게 될 국민은행 경영진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했다.
아울러 외환은행 노조의 대정부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앞으로 투쟁 방향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다만 이제 검찰 감사원 공정위 금감위 등 정부부처 및 사법기구의 역할이 중요해져 진상규명 노력이나 매각 후폭풍에 대한 검증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각 기관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향후 전세를 판가름할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