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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목적 부합하는 복합금융도부정당하니…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06-05-01 21:08

KDB, 키울 것인가 말 것인가(1)첩첩의 시련은 활로 찾으라는 채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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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목적 부합하는 복합금융도부정당하니…
요즘 산은인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발설 되는 어휘를 꼽자면 ‘위기’ ‘환경 악화’ 등의 말이 손에 꼽힐 정도가 됐다.

“국책은행이 왜……”라는 압박이 가중되다 못해 정체성 논란이 불거져 나왔고 정부가 올해 안에 국책은행 전반에 걸친 기능재편과 역할 재정립을 벼르고 있어서다.

일부 전직 KDB맨들은 “속으로 전전긍긍하기만 할 뿐 당당한 대응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내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는 활로찾기가 요원할 뿐”이라며 답답해 하기도 한다.

그 만큼 산업은행의 역할이 끝나서 역사의 먼 물결 위로 실어보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똑소리 나게 제대로 키워야 하는 것인지 냉정한 저울질이 절실한 때로 파악된다.

산업은행이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있다고 따질 때의 근거는 전적으로 ‘한국산업은행법’이다.

◆ 산은 정체성 논란의 발원지를 찾아서 = 1953년 12월30일 산은을 설립해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 발전을 촉진하기위한 목적으로 중요산업 자금을 공급·관리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서 산은 탄생의 모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은 탄생에 꼭 필요했던 이 법이 산은을 자꾸만 퇴행의 골짜기로 몰아 넣으려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산은법 1조는 산업개발과 국민경제 발전의 촉진을 위한 중요산업자금의 공급과 관리를 설립목적으로 정했다.

이 틀을 절대불변의 잣대로 잡으면 시중은행처럼 일반 고객으로부터 수신업무를 해서도, 방카슈랑스나 수익증권을 파는데 열을 올려서도 안된다. 민간 금융회사들이 뻔히 있는데 회사채 인수는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영역에서 부딪힐 생각은 집어치우고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 공급과 지역과 사회 개발에 필요한 재원조달이나 도우라는 강요로 귀결되는 정당성도 산은법에서 나온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다. 법을 근거로 따지는 정당성은 그 자체로 인정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반세기 전의 시대적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법으로 옭아매는 게 정당하냐는 물음말이다.

정체성 논란에 개편추진설까지 산은맨들 ‘기 죽어’

‘민간 영역 충돌’ 침소봉대 일쑤

“국책은행이 왜…”압박만 있고 정작 구체적 검증은 생략

◆ 산은 없어도 좋을 만큼 경제·금융산업의 진전 이뤘나= 산은 핵심업무는 대략 넷으로 꼽힌다. △산업자금의 공급 △산업자금의 조달 △국제·투자은행 업무 △신탁업무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와 덩달아 산업이 성장과 진화를 거듭하며 이들 핵심업무 수행과정에서 함께 취급하기에 이르렀던 적잖은 업무들이 민간금융회사들과 겹치는데서 생겨나는 갈등이 정체성 논란으로 반복된다는 데 있다.

김창록 산은 총재는 이와 관련 지난 25일 국회 재경위 업무보고 석상에서“정체성 확립작업이 완료되기까지 국책은행으로서 공익성에 중심을 두고 업무를 추진하고 상업은행이 다루지 못하는 업무 개발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으로서 공공성에 소홀하지 않겠으며 시장친화적인 업무처리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이같은 원칙 천명은 그러나 의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일부 금융계 사람들조차도 “산은의 설립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도 복합금융서비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를 틀렸다고 지적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비춰볼 때 결국은 현재 산은 정체성 논란의 동기는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의도된 공세에 가깝다고 풀이된다.

2005년 산은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시중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을 갉아 먹는 예수금이 11조3220억원인 것으로 나온다. 전체 부채의 13.85%에 불과하며 예수금을 받지 않도록 산은법을 개정해 이것을 다른 은행들이 시장점유율대로 나누어 가진댔자 태가 날 규모도 못된다.

산은의 점포는 최근 몇 군데 늘려서 39개다. 산업자금을 적기에 충분한 만큼 공급하려면 양질의 조달구조는 필수적이다. 지점망을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확충해 예수금을 좀 더 늘리면 조달금리가 좋아진 만큼 산업자금 공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동시에 기업고객들이 원하는 복합금융서비스 없이 기업 운영자금과 설비투자자금 대출에 전념하라는 논리는 시장경제 아닌 나라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따라서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고유 역할에 부합하지 않으며 시장 질서를 깨뜨리면서까지 민간 영역을 침해해서 민간 금융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내 잘못을 입증하는 일이 긴요한 시점이다.

산은 아닌 다른 국책은행 한 임원은 “국책은행 입장에선 페어플레이를 안 했다가는 큰 일이 나기 때문에 정도를 지키고 있지만 민간 금융회사들 중에는 시장에서 조금만 부딪혀도 ‘국책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민간영역을 침해한다’고 날을 세우는 게 요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물론 남 탓 외풍 걱정에 그칠 일은 절대 아니라는 뜻 있는 지적도 일고 있다.

멀리 찾지 말고 가까이서 듣자면 지난 28일 이윤우 전 산은 부총재는 이임사를 통해 이렇게 간곡히 요청했다.

“바람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아(樹欲靜而風不止) 끊임 없이 흔들리는 것처럼 산업은행을 둘러싼 악천후는 산은인 스스로 뿌리를 굳건히 뻗어 내리고 핵심역량을 탄탄하게 다져서 큰 그늘을 만듦으로써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산업은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제구조와 금융산업의 성숙을 이뤘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 못할 일이다.

좁게는 금융계 넓게는 우리 경제에 두루 이로운 방향은 어느 것인지 함께 찾는 계기를 마련할 때다.

가설을 세웠을 때 검증을 거치고 계산을 마친 뒤 검산하는 피드백 없이 산업은행은 특정업무에서 손 떼라는 활쏘기만 반복한다고 금융산업이 커나가고 경제가 살찔 리는 없기 때문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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