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우리금융은 주요 경쟁사보다 훨씬 취약한 카드사업부문의 강화가 절실하다고 판단, LG카드 인수를 추진했으나 좌절되자 자체성장 전략으로 선회했다.
우리금융이 카드사업 진로에 대해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기존 은행 내 독립본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산을 늘리는 방안, 은행 조직에서 떼어내 카드사를 설립하는 방안, 그리고 BC카드 지분 확대 등 3가지다.
그러나 3가지 방안 모두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 카드사업 분사VS은행 내 조직 유지= 일단 가능한 시나리오는 카드 사업 분사와 기존 은행 내 독립본부체제 유지 방안을 꼽을 수 있다.
카드사업은 특성상 리스크가 크고 은행업무보다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및 마케팅 등을 필요로 한다. 카드 전문가들은 은행 내부의 전략 및 리스크관리정책으로 카드고객을 확대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은행을 비롯한 그룹 내부적으로는 은행 내 성장전략에 무게를 두고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드부문 자산을 늘리기 위해선 은행 조직에서 떼어내 분사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지만 우리금융으로서는 과거 카드부문 분사 이후 부실화로 인해 다시 합병했던 경험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12월말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카드부문을 떼어내 별도의 우리카드를 설립했다. 이후 카드사의 부실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결국 2년 반도 안 된 지난 2004년 3월말 우리은행으로 다시 흡수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 또다시 분사방안을 논의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 분사 실패 경험이 있어 부담스럽다”며 “일단 독립본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해 분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우리금융 한 관계자도 “장단점이 있겠지만 은행이 카드업무를 할 경우 조달코스트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며 “그동안 카드 부문 드라이브를 안 걸었지만 앞으로 기존 기반을 바탕으로 더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 분사, 과거 실패 경험에 부담
은행내 기존 독립본부 유지에 무게
◇ BC카드 지분확대 ‘탐은 나는데…’= 그러나 은행 자체적으로 카드 고객을 확대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많다. 우리은행의 카드 고객 수는 565만9000명이다.
이에 따라 최근 BC카드 지분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BC카드는 우리은행이 27.65%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하나은행 16.83%, 신한카드(옛 조흥은행이 갖고 있던 지분)가 14.85%를 지니고 있다.
BC카드 지분을 50% 이상 소유해 경영권을 행사하면 고객 정보를 활용한 영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BC카드는 최근 발급카드 수 3000만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은행간 중복회원을 제외한 회원수는 무려 1850만명에 이른다.
최근엔 우리은행과 신한카드 하나은행 등이 보고펀드와 BC카드 지분매각을 논의하고 있었으나 우리은행이 이 지분 확대를 꾀한다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지분을 확대해 BC카드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지분을 갖고 있는 다른 경쟁은행 및 카드사들이 쉽사리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이 모두 경쟁사인데 고객 정보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지분을 넘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안”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LG카드 인수에 반대했던 예금보험공사의 반응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룹사 내부적으로는 현행의 은행 내 조직을 유지하되 BC카드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이 그나마 자체 성장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무게를 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의 선택이 주목된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