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고대하는 현지법인 설립은 감독당국의 부정적 견해와 외부환경 등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열세에 빠진 영업 네트워크를 보완하기 위해 늘려온 모집인들도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자산을 확대하는 것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할 전망이다.
HSBC는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과 함께 국내 시장에 관심이 높았던 외국계은행 3인방 가운데 하나로 손 꼽혀 왔다. 다른 은행들이 국내은행을 인수 후 현지법인화 했던 전략과 달리 자체 성장을 꾀하는 전략을 선택해 성공 여부는 지금도 큰 관심거리다.
HSBC는 당초 꾸준히 점포 및 자산을 늘려 현지법인을 설립함으로써 국내 시장에서의 안착을 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최근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더해 국내 금융 판도가 급격히 바뀌는 등 암초 지대에 직면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론스타를 비롯해 씨티은행 등은 국내에서 갖가지 편법적인 영업 등으로 감독당국은 물론이고 여론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게다가 최근엔 외환은행과 LG카드 매각을 앞두고 있고 그 후에는 우리금융 민영화, 기업은행 민영화가 예견돼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HSBC은행은 줄곧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 HSBC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국내 은행산업의 구조가 크게 변화고 있는 과정이어서 정부도 일단 이런 판도가 정리된 후에 HSBC 등 외국계 기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
아직 명쾌한 답변이 없어 전략을 수정할 수도 그렇다고 계속 현 상황을 유지하기도 애매한 위치다.
은행으로서는 일단 꾸준히 성장을 꾀해야 하지만 지난해엔 인천 대구 대전 3개 점포를 늘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것도 어렵사리 감독당국의 승인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현 상황에서 현지법인 설립은 꿈도 꾸지 못 한다는 게 은행 안팎의 목소리다.
M&A를 통해 다른 은행을 인수하거나 현지법인 설립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네트워크의 한계를 극복하기 힘든 실정이다.
HSBC은행 직원 규모는 지난해 3월 570명에 불과했으나 올 3월엔 1100명으로 무려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표 참조>
지난해 총자산은 지난 2004년 보다 21.5%나 늘었지만 절대적인 수치로는 12조1157억원으로 여전히 낮다.
영업 네트웍의 한계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예수금의 경우 지난 2004년 3조2096억원에서 3조6992억원으로 15.3% 늘어났다.
대출금의 경우 대출모집인들을 늘려온 덕에 그나마 3조4574억원으로 35.6% 늘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55억원의 적자를 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은행 한 관계자는 “직원수를 늘리고 지점도 새로 냈으며 광고 등의 마케팅 비용이 확대되면서 판관비가 늘어난 반면에 파생상품 관련한 수익이 아직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성도 낮고 현재의 취약한 네트워크만을 갖고는 다른 시중은행들의 공격적인 자산확대 경쟁 속에서 내부 성장전략을 이어가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엔 네트워크 보완책의 일환으로 크게 늘려온 대출모집인들의 부적절한 영업행태가 물의를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출모집인을 활용한 영업의 부작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 수정 또한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HSBC의 고민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특히 감독당국이 대출모집인 사고 등을 현지법인 설립인가와 연동시키고 있어 한결 어려워진 상황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은행 내부에서는 과거 제일은행 인수 등에서 가격 등의 문제로 막판에 포기했지만 차라리 그 때 인수했어야 한다는 후회의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전략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 HSBC 실적>
(단위 : 억원)
예수금은 원화 외화예수금, CD, 신탁 포함, 대출금은 원화 외화대출금
내국수입유산스, 지급보증대지급금, 신탁 포함
(자료 : 금융감독원)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