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조상제한서’로 불리는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은 조흥은행을 마지막으로 이제 모두 역사속에서 만이 남게 된 것이다.
국내 은행 역사상 가장 오래된 조흥은행이지만 109년을 마지막으로 지난 4월1일 신한은행으로 합쳐지면서 그 흔적은 통합 신한은행의 법인명으로만 존재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6대 은행에 속했던 외환은행마저도 최근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민은행에 합쳐질 처지에 놓였다.
조흥은행은 지난 1897년 2월 한성은행으로 출발해 올해로 109년의 역사를 자랑했지만 지난 2003년 9월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조흥은행의 운명은 진즉 정해져 있었다.
조흥은행과 국내 최고(最古)은행 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상업은행도 지난 1899년 1월 대한천일은행으로 출발해 지난 1998년까지 맥을 이었지만 결국 485명의 직원 명예퇴직, 임직원 평균임금 16.3% 삭감 등의 과정을 거쳐 같은 해 한일은행과의 합병을 공식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한일은행도 지난 1932년 12월 조선신탁으로 출발해 1998년 1월엔 1377명에 이르는 직원의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상업은행과의 합병 발표 후엔 35개 점포 통폐합, 1653명의 희망퇴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했다.
이 두 은행은 대등 합병을 통해 한빛은행으로 출발 했고 지금은 우리은행의 과거로 녹아 있을 뿐이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도 지난 1998년 1월 나란히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에 흡수됐다.
하나은행 법인명은 분명히 서울은행이지만 그 흔적을 찾아보기는 힘들다는게 금융계의 일반적 평가다.
제일은행은 뉴브리지캐피탈에 이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매각돼 ‘SC제일은행’으로 바뀌었다.
이들 5대 시은 모두 외환위기 전만 해도 국내 최고·최대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관치금융그늘에 안주하면서 리스크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채 특정기업에 대한 여신을 급격히 늘렸다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송두리째 얻어 맞아야 했던 공통점이 있다.
지난 1일 통합 신한은행 출범식에서 김병주닫기

‘조상제한서’의 사라짐과 동시에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의 ‘4강 시대’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이제는 ‘1강-3중’ 또는 ‘1강-2중’ 시대를 거쳐 또 한번의 빅뱅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회자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병주 위원장의 말처럼 지난 97년을 다시 맞지 않기 위한 개별 은행들의 생존을 위한 노력 없이는 더 이상 영원한 은행이 없음을 일깨워준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