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뱅크타운은 오는 17일 있을 예정인 KT의 뱅크타운 지분매각에 대해서도 이니텍을 매각 대상에서 배제해달라고 정식 요청했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니텍은 뱅크타운의 지분 50.3%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대해 뱅크타운은 현 1·2대 주주와 전혀 상의 없이 일부 주주들에 의해 이뤄진 사항이라며 적극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이와 관련해 향후 법적 조치도 취해 나갈 방침이라고 주장했다.
◇ 이니텍 인수 왜 하나 = 이니텍은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뱅크타운의 지분 50.3%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주식매매 예약을 한 상태이고 뱅크타운의 이사회의 승인이 내려지는 시점에 주식매매가 이뤄질 것으로 이니텍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매매가 이뤄지고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이니텍은 PKI(공개키기반) 중심의 사업에서 전자금융 아웃소싱 사업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니텍은 PKI 분야 이외에 정보보호컨설팅, 주민번호대체 서비스, OTP(일회용비밀번호) 서비스 등을 준비 중에 있다. 뱅크타운은 금융기관의 인터넷뱅킹 백업시스템 아웃소싱 등 전자금융 서비스를 중점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따라서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니텍 입장이다.
◇ 적대적 M&A에 불과 = 그러나 이에 대해 뱅크타운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니텍은 정상적인 시너지효과 보다는 비정상적인 적대적 M&A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자본으로 국내 금융IT 인프라가 넘어가게 돼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홍콩계 펀드업체인 TVG가 이니텍의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외국계 지분이 있다는 것이 문제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인수 후 사업을 적절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시세차익을 위해 매각을 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만약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고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현재 뱅크타운이 국내 대부분의 금융기관 아웃소싱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우려되는 사항들이 발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니텍 김종태 부사장은 “현재 TVG 지분은 경영권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지분이기 때문에 외국자본이 금융IT 시장에 관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뱅크타운에 인터넷뱅킹 시스템 아웃소싱을 하고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외국자본이 있어서 우려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업체를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 뱅크타운 경영권 사수 나서 = 뱅크타운은 향후 경영권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뱅크타운 지분 구조는 현 대표이사인 김춘길 사장이 25.18%를 보유해 1대 주주이고 KT가 19%로 2대 주주다. 56%의 지분에 대해서는 퇴사 직원을 포함해 임직원이 보유하고 있다. 뱅크타운은 KT서 분사할 당시 종업원 지주회사로 출발했다.
이니텍이 이번에 인수를 하겠다고 밝힌 50.3%의 지분이 바로 임직원 지분이다.
이에 대해 뱅크타운은 이니텍이 인수할 예정인 50.3%의 지분 중 3.8%에 대해 지난해 12월 회사명의의 지분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 3.8%의 지분은 퇴직한 직원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으로 상장 전 퇴사시 지분을 액면가로 반납한다는 규정에 의한 것이라고 뱅크타운은 주장하고 있다.
이럴 경우 이니텍은 인수 지분이 50%를 넘지 못해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반면 이니텍은 3.8%의 지분에 대해서는 뱅크타운과 퇴사 직원간의 문제이긴 하지만 퇴사 직원이 퇴사할 당시 주식을 반납한다는 규정은 유보돼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이니텍은 퇴사 직원들이 곧 이와 관련해 소송을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뱅크타운은 퇴사 직원의 지분에 대해 매각 금액을 모두 개인별로 입금시킨 바 있다. 그러나 퇴사 직원 모두 이를 다시 반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뱅크타운은 이니텍이 요구하고 있는 이사회에 대해서도 당분간은 계속해서 소집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주식매매 승인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 뱅크타운 법적조치 나서나 = 뱅크타운은 이니텍이 지난해 12월 6일 주식을 취득했으나 김재근 사장을 포함, 임원 4명을 뱅크타운 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뱅크타운 김춘길 사장에게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공시를 하지 않고 한달이 지난 1월 11일 공시를 한 것은 공정공시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감독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니텍은 당시 주식매매가 완료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공시의무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즉, 지금은 주식매매가 이뤄지기 전 단계인 주식매매 예약 상태라는 것이다.
오히려 뱅크타운 김춘길 사장이 이사회 소집을 4차례나 거부하면서 공시를 하지 않는다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등의 협박성 공문을 발송했다고 비난했다.
금융감독원 공시감독국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서 내용을 알아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매예약만으로는 공시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뱅크타운은 매매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시장에 루머를 흘려 심각한 영업상의 타격을 준 점과 직원에게 이니텍 대표 명의로 인수가 완료된 듯한 내용의 전자메일을 발송해 직원들을 혼란스럽게 한 점, 일부 뱅크타운 주주가 이니텍과 협상과정에 회사 기밀을 유출한 점 등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뱅크타운이 검토 중인 법적조치로는 민사상의 손해배상과 검찰 수사 의뢰 등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뱅크타운은 일부 주주에 대해 불법성을 밝히기 위한 수사 의뢰를 지난해 12월 중에 제기했으며 이사 한명에 대해서는 이사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 뱅크타운 내부 갈등? = 이니텍은 이미 뱅크타운 김춘길 사장이 ‘한지붕 2가족’이라고 부를 만큼 내부적으로 갈등이 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뱅크타운도 일정 부분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뱅크타운은 KT에서 분사하면서 종업원 지주회사로 출발했으나 오랜 기간동안 상장이 이뤄지지 않아 이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커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뱅크타운은 최근 몇 년간 기업공개를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아 몇 차례 보류한 바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현 김춘길 대표가 지난해에 임시 주총을 통해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기도 했다”며 “그러나 KT가 중재에 나서 9월까지 임기를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결정돼 어느 정도 봉합이 됐다”고 말했다.
◇ KT, 뱅크타운 지분 매각 = KT는 오는 17일 보유하고 있는 19%에 대한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뱅크타운은 지난 9월 정식 공문을 통해 매각시 뱅크타운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뱅크타운이 KT에 요구한 사항은 △적대적 인수합병를 기도한 이니텍이 주식매각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서는 안된다 △이번 주식매각은 단순히 KT의 최대이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회사의 발전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매각 시기, 매각 대금, 매각 상대방 등 주요 매각 조건의 결정은 뱅크타운과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 △앞선 요구에 의해 주식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뱅크타운의 요구에도 불구 현재 매각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KT 매각에 이니텍이 관여할 경우 또 다른 공방이 펼쳐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니텍 김종태 부사장은 “아직 KT 지분 매각에 대한 참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향후 뱅크타운 경영권은 = 관련업계 및 금융권은 향후 뱅크타운의 경영권이 어디로 갈지에 대해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뱅크타운의 경영권 확보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니텍이 뱅크타운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무엇보다도 국가 주요 시스템인 전자금융 시스템 아웃소싱에 대해 아무런 영향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인 금융감독원도 마찬가지다.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