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경제구조로의 진입과 은행 성장 둔화가 겹치고 있는 가운데 장사 밑천인 이자이익이 박해졌다. 은행들은 한정된 몫을 놓고 너 죽어야 나 산다는 식의 싸움을 벌여야 할 판이다.
따라서 4일 주요은행 고위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앞으로의 은행 존망은 고객을 둘러싼 싸움으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은행 고위관계자는 “CRM 시스템 개발과 동시에 고객과의 관계심화 작업을 펼쳐 영업신장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가장 많은 고객규모를 자랑하는 국민은행이 고객 흡인력을 높인다는 것은 결국 다른 은행 복수거래 고객의 증발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다른 은행에 대한 우회적인 선전포고 일 수 있다.
지키면 되는곳 뺏어야 사는 은행으로 양극화
“이자마진 정체, 자산 늘리기 승부수 맞 싸움”
신한지주 계열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어차피 순이자마진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통합과정에서 고객이탈 제로에 역량을 결집하면서 고객만족도와 로열티 극대화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순이자마진 둔화는 자산확대로 커버링해야 한다”며 “영업력 강화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도 각 본부별로 자산 증대 목표치를 명확히 하고 시장점유율 강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역시 대출 확대를 통해 이자마진 폭 위축을 방어하는 동시에 은행 빅뱅 과정에서 선두권에 의연히 자리매김 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자산 늘리기 경쟁 과정이 곧바로 은행간 우열가리기로 직결될 가능성은 낮지만 진정한 경쟁력을 가늠할 시험대로선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자금층이 여전히 두터워 은행권 전체적인 자산증가도 가능하기 때문에 한 두 해 승부가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한 뒤 “그러나 늘린 자산으로 뭘 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의 우열이 드러날 공산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구용욱 애널리스트는 “경제 저성장 구조 하에서는 자산성장을 통한 수익원 확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애널리스트는 자산성장 경쟁 못지 않게 영업역량의 비교우위 확보가 우열 가리기(=은행 양극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셈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