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채권형펀드 대부분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환매금액도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정부 유과기관인 정통부와 노동부가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산운용사들도 전체 펀드에서 채권형의 비중을 점차 축소하고 있어 앞으로도 채권형펀드 시장의 정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수탁고·수익률 동반 감소 = 채권시장의 대표지수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정부가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시중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4.1%대였으나 최근 4.8%까지 크게 상승했다.
더욱이 은행권의 분기말 결산요인과 함께 은행 특판금리, MMF제도변경, 이달 초 콜금리 인상 전망으로 MMF 자금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단기자금 시장의 불안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권형펀드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을 팔아 얻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채권형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여왔던 도이치운용의 ‘도이치코리아채권1-1’의 경우 1년 수익률이 지난달 29일 현재 4.0%로 크게 떨어졌다.
가장 최근의 수익률로 살펴보면 이같은 현상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부터 26일까지 한주 동안 총 88개의 채권펀드 중 39개 펀드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3개월 수익률을 기준으로 해도 상황은 비슷해 50% 이상의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중이다.
다만 PCA의 ‘PCA스탠다드플러스채권I-34’나 대투운용의 ‘스마트단기채권S-9’와 같은 상품들은 3개월 수익률 부문에서 각각 0.74%, 0.57%로 전체 채권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환매도 계속되고 있다. 9월에만 3조4000억원의 자금이 채권형펀드에서 빠져나갔다.
특히 정부 유관기관인 정통부와 노동부가 채권투자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자금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환매요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통부 우정사업본부는 성과가 좋지 않은 운용사에 대해 부분 환매를 실시키로 하면서 향후 분기별 운용계획에 따라 채권과 주식투자비중을 조절키로 했으며 노동부도 일단 정기예금이나 혼합형 상품 투자비중을 높이기는 했으나 채권금리 전망이 좋지 않음에 따라 수익률제고 차원에서 채권투자 비중 감소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자산운용사들의 채권형펀드 수탁고도 꾸준하게 감소, 지난 6월말 64조7170억원이던 총 수탁고는 3개월만에 7조8137억원이나 줄었다. 또 펀드의 채권형 비중도 크게 줄어 지난 7월말 32.15%였던 채권형펀드 비중은 9월 29일 현재 28.70%로 크게 낮아졌다.
◆ 금리 5%까지 상향조정… 시장불안 당분간 지속 = 현재 업계에서는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시장금리도 꾸준히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이제 고점을 5%까지 높여 잡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안감과 MMF 자금유출 등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정성이 겹치고 있는 데다 각종 입찰의 유찰사태, 주식시장 강세 등으로 채권시장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는 것.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팀장은 “최근의 단기금리 상승요인은 MMF와 채권형펀드 환매로 운용사들이 단기 채권을 많이 팔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펀드들의 환매로 채권시장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펀드 환매 요구가 발생하면 투신사들은 보유채권을 팔아 환매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단기채권 공급물량이 급증하고 이는 단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채권시장은 수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면서 “경기회복 등의 경제 펀더멘털 변화보다는 수급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팀장도 “최근 4분기 금리고점을 4.75%에서 5.00%로 올려 잡았다”며 “단기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흐름이 꼬이면서 금리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10월 금통위 콜금리 인상과 함께 내년 초 또 다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될 경우 금리 수준과는 무관하게 불안감이 증폭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일단 10월 콜금리가 결정되는 11일까지 채권시장은 불안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다만 시장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요즘같은 경우 각 회사의 운용 능력을 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채권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기회를 노려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채권형펀드 수탁액 추이>
(단위 : 억원)
(자료 : 자산운용협회)
<채권형펀드 3개월수익률 상위 10개사 (100억원 이상)>
(기준일 : 2005. 09. 29) (단위 : 억원, %)
(자료 : 제로인)
김민정 기자 minj78@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