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외국계은행의 고금리 특판에 대응해 국내 은행들도 일제히 고금리 예금상품으로 응수해왔지만 이젠 은행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고객의 고금리 기대도 채워줄 수 있는 복합예금 등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추석을 며칠 앞두고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들이 4.5% 이상의 고금리 특판을 출시함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추석연휴 직후 주가지수연동예금과 정기예금을 하나로 묶은 고금리 복합상품 등으로 맞서고 있다.
과거 고금리 특판으로 무리한 경쟁을 했던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기업은행은 정기예금과 지수연동예금을 반반씩 가입하는 묶음형 ‘더블찬스정기예금’ 5종을 추석 연휴 직후 판매하기 시작해 오는 27일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이 상품은 연 4.6%의 고금리 상품이어서 외국계 은행들의 특판상품에 뒤지지 않는다.
기업은행은 외국계은행들의 특판이나 콜금리인상 등의 추이를 보면서 나름대로 단계별 대응전략을 세웠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일단 고객이탈이나 금리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묶음형 등의 상품으로 대응하며 한시판매가 끝나면 4.6%에서 5.0%의 업그레이드된 형태의 상품이나 금리변동상품 등으로 고금리에 대한 고객의 기대를 채워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1년만기 정기예금에 연4.7%의 확정금리를 보장하면서 주가지수연동정기예금 혹은 삼성전자주가 연계 정기예금에 동시에 가입하는 복합상품 ‘E-챔프 2호’를 21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판매한다.
특히 이 상품은 70%는 연 4.7%(6개월 연4.4%)의 확정금리 정기예금으로 가입되고 나머지 30%는 원금이 보장되는 코스피200지수연계 정기예금이나 삼성전자주가연계 정기예금으로 가입된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도 “특판으로 대응하는 대신 복합예금을 내놨다”며 “금리가 높아질 징조를 보이면서 유동자금이 고금리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이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외국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귀띔했다.
또 “시중은행들은 자금이 풍부해 굳이 특판을 낼 필요도 없고 부동산이 안정화되면서 주식이 더 오를 전망이어서 오히려 특판보다 복합상품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재까지 특판상품을 내놓은 은행은 하나은행뿐이다. 하나은행은 1년제 정기예금이나 수시입출금식 예금인 MMDA상품에 오는 30일까지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최고 4.5%, 3.5%의 금리를 주는 특판상품을 선보였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은행 개인금융담당 한 팀장은 “국내은행들이 외국계 은행의 선제공격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 아니겠냐”며 “연초 외국계은행의 특판 공격이 결국 별 실익이 없었던 것으로 은행 나름대로 판단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결국 은행 고객이탈을 막으면서도 은행 자체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