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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기업 본드, 들러리는 이제 그만”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05-08-31 20:49

인수참여 여력 충분하지만 외국 IB가 주도
악조건 속 주간사 노릇 산은 1건이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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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글로벌 위상 격상과 더불어 국제금융 수요가 늘자 대외차입을 늘리고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이 이들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켜주려면 역량 제고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비록 대형은행들이 IB역량에 힘을 쏟은 결과 ‘론’ 등을 통한 자금주선 실적을 크게 늘렸지만 채권발행 때는 단순투자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공기업 또는 민간기업이 대규모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주간사로서 실질적인 리드매니저를 맡은 것은 산업은행이 지난 6월 LG전자 글로벌본드(6억달러 규모)를 맡았을 때가 유일하다. 발행자가 국내 공기업 또는 민간기업이고 발행 물량중 적지 않은 비중을 국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소화하지만 정작 주간사 업무는 외국 투자은행들이 독차지 해 왔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이 론과 채권발행을 통해 대외 차입한 규모는 미국 달러 기준으로 2001년 약 354억2000만달러였다. 이어 2002년과 이듬해 각각 약 369억7000만달러와 405억3000만달러였고 지난해 또 다시 늘었다.

하지만 그 동안 국내 금융기관들은 주로 인수단에 참여하는 ‘Co-매니저’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7월까지 주식관련채를 뺀 2억 달러 이상 15건의 외화채권 발행 시장은 JP모건, UBS, 메릴린치, 씨티 등 죄다 외국 IB들이 나눠 가졌다.

과거 삼성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리드매니저를 맡은 적이 있으나 발행 규모가 커지면 기업들이 국내 증권사를 외면하고 국내 시중은행들은 제도적 제약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외화표시 증권에 의욕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외화증권 투자 가운데 ‘코리안페이퍼’는 6월말 현재 잔액 127억6730만달러다. 전체 외화증권 투자비중은 39.7%로 4할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채권 발행 과정에서 외국 투자은행들에게 내준 주도권을 국내금융기관들이 돌려받으려면 역량 갖추기와 법제도적 손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특히 론 분야에서 자금주선 실적을 획기적으로 늘린 것처럼 해외채권 발행을 주도할 만큼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한정된 시장에서 레드오션을 만들어 갈 것이 아니라 힘을 기르고 눈을 돌려 국제 무대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뛰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인호 이사는 “한국금융산업 선진화를 논할 때 뺄 수 없는 분야가 해외채권발행의 주도권을 쥐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채권 발행을 원하는 기업들과 우리경제 상황 등을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리서치 해주는 능력과 글로벌 세일즈 네트워크를 갖춰서 궁극적으로는 ‘북러닝’까지 소화할 수 있는 은행과 증권사가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시중은행 IB담당 간부는 “토종 IB들은 해외 네트웍도 부족하고 리서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손 대기 어려웠다”며 “코리안 페이퍼의 경우 자금이 풍부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인수가 활발한 만큼 주도적 역할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B시중은행 IB담당 간부는 “기업들의 수요를 맞추다 보면 신디케이트론과 다른 채권 상품 등을 섞은 다품종 상품으로 구성해서 자금을 주선해 주는 등 본의 아닌 편법이 동원되기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말로만 투자은행 육성을 외칠 게 아니라 겸업화 추세에 뒤 처진 증권업법 등 취급업무를 제한한 법·제도적 손질이 뒤따랐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행자가 한국계 기업이고, 연기금 등 자금여력이 풍부한 국내투자자들의 투자여력도 큰 마당에 굳이 외국계 IB들에게 떠 맡길 일이 아니라는 인식은 오래된 것이다.

국내 대형은행이나 증권사가 채권발행의 리드매니저로 한 몫 하려면 금융기관 스스로 해외 네트웍과 영업력을 갖추는 일도 시급하지만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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