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11일 “종로구 예지동 85번지 일대 세운상가 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 최근 사업 시행자인 종로구가 신탁사업자인 대한토지신탁과 체결했던 우선협상대상자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시가 신탁방식을 적용해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대한토지신탁을 사업자로 선정한지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나온 계약 해지로 사업차질은 물론 대토신도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특히 지난해 7월 5개 신탁사들의 경쟁을 뚫고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대토신은 이미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가 예상된다.
이에 대토신은 초기사업비 등 사용된 비용에 관해 시가 보상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이유는 설계비 문제 때문이다.
서울시는 당초 외국회사가 요구한 설계비 400억원에서 270억원으로 낮췄다. 외국회사가 설계의 중심을 담당하고 국내회사가 보조업무를 진행하는 탓에 설계비를 외국사 기준에 맞췄다.
그러나 대토신은 신탁업 특성상 지주들로부터 토지를 신탁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데 무리한 설계비 지출은 지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사태는 특히 신탁방식을 통한 재개발사업이 무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운상가 4구역은 지난 82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 땅주인과 임차상인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미뤄져 온 곳.
그러나 서울시가 종로구청장을 재개발 사업 시행자로 지정하면서 개발이 재추진됐다.
당시 “땅주인들이 사업추진의 공신력과 지속적인 행정 지원을 얻기 위해 시나 종로구가 직접 시행하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신탁방식을 적용해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5개 신탁사(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대한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생보부동산신탁)로부터 개발 계획서를 받아 임차상인과 지주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신탁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대토신을 선정했다.
신탁사들도 “서울 중심가에서 벌어질 사업으로 토지개발 및 건물 신축 등 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종로구 예지동 85번지 일대 1만2000여평을 재개발신탁 방식으로 재개발 계획이었던 세운상가 구역은 당초 용적률 723%와 높이 90m 이하를 적용해 최고 25층의 업무시설 및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