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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적립식 판매직원 영업 ‘도 넘었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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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5-07-10 20:38

상품 이해도 수준 미달…윤리의식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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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판매직원들의 무리한 영업이 도를 넘어서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적립식 펀드에 이런 현상이 집중되고 있다. 즉 실적 올리기에만 집착한 나머지 과도한 영업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아직까지도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영업행태가 지속된다면 현재 주가가 지속 상승하는 추세여서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점이 노출되지 않고 있지만 만일 주가가 큰 폭 하락한다면 국내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지도 모르는 심각한 사태가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 영업행태 위험수위 = 모 시중은행 서울지역의 한 영업점.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이 창구의 판매직원에게 문의를 시작했다.

“요즘 적립식 펀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정말 좋은가요?”

“일반 예금금리가 요즘 얼마인줄 아세요? 높아봐야 4%대인데 적립식 펀드의 경우엔 7∼8%는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그래도 펀드는 좀 위험한 것 아닌가요?”

“위험이 크면 고객들이 이렇게 많이 가입하시겠어요? 일반 예금보다는 훨씬 좋은 상품이니까 이렇게 권해드리는 거죠.”

“지금 가입하시면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에 사은품도 함께 드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가입하세요.”

그 고객은 미심쩍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결국 펀드 가입서를 작성했고 창구직원은 웃는 낯으로 원금손실에 대한 리스크는 뒤로 한 채 좋은 점만 더욱 부각시켜 늘어놓고 있었다.

다른 영업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번엔 기자가 직접 나섰다. 적립식 펀드에 대해 문의하며 일반 예금상품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꼬치꼬치 물었다. 다행히 원금손실 등에 대한 리스크를 알리는 안내장과 함께 비교적 적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는 못했다.

적립식 펀드에 관심이 있는 고객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은 대략 10여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즉 △적립식 펀드란 무엇인가 △원금손실은 어느 정도인가 △가입시기, 적정 투자기간 및 투자금액 △코스트 애버리징(Cost-Averaging) 효과란 △환매수수료 △벤치마킹, 평가금액, 잔고좌수란 무엇인가 △운용사는 어디가 좋은가 △어떤 상품의 수익률이 좋은가 △가입 금융사는 어디가 좋은가 △투자시 예금상품과 투자상품의 적정한 분배기준은 △직접투자와 적립식 펀드의 차이점 △거치식 및 적립식 펀드의 차이점 등이다. 하지만 이 같은 궁금증에 명확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던 것.



◆ 전체 금융시장 위기 우려 = 위의 사례는 모든 판매직원을 규정짓는 일반적인 사례는 아닐 것이다. 극히 일부 직원들에 한정되며 또 그렇지 않은 직원이라 할지라도 한순간 실적에 눈이 먼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자행하거나 실적압력에 견디다 못해 벌이는 일부 경우에 해당할 것이기 때문.

한 판매사 직원은 “최근 적립식 펀드가 화두에 오르면서 대부분의 고객들이 상품에 대한 식견이 풍부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원금손실에 대한 리스크 고지는 상품설명서를 제시하는 수준에서 끝내는 직원들도 있다”며 “또 실적에 대한 욕심에 주저하는 고객들에게는 최근 고공비행하는 주가와 앞으로의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으며 무리하게 영업을 하는 직원도 없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적을 위한 영업에만 집착하게 되면 자칫 주가가 폭락장으로 빠져들 경우 운용사 뿐만 아니라 판매사들의 신뢰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는 아무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가 있다지만 원금손실 리스크가 전혀없는 상품은 아니다”며 “은행 증권사 등에서 적립식 펀드를 많이 팔아주는 건 좋지만 정도영업을 통해 고객들의 충분한 이해를 끌어낼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며 막대한 원금손실 상황에 처한다면 운용사는 물론이고 판매사인 은행 증권사들의 신뢰도 크게 손상돼 금융권 전체적인 위기상황이 닥칠 우려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은 뒷짐만 = 금융당국도 이처럼 도를 넘어선 영업이 문제거리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에는 소극적인 자세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의하면 판매직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30시간의 의무교육만 받으면 된다. 그나마 1년 이상 펀드판매 경력이 있는 직원들의 경우 교육을 면제해준다. 또 법적인 보수교육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

즉 금융당국에서는 판매직원들의 교육만 의무화해 놨을 뿐 관리감독은 방치한 격이라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자산운용협회에서 자운법이 법제화되기 이전부터 펀드 판매직원들을 위한 간접투자전문과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교육수요 자체는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대형 은행 및 증권사들의 경우 자체교육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대형 금융사들의 자체교육은 사이버교육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의무감이나 실효성이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 하에 상품지식이나 윤리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의무교육이나 보수교육을 갖추고 이외에도 판매사들의 자발적 수시교육도 의무화하는 등 도를 넘어서는 영업행태를 근절시키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업계 한 전문가는 “지난달 금융당국이 뒤늦게 은행권 펀드판매 실태조사에 나선 건 바람직한 일”이라며 “이는 이런 현황파악이 이뤄져야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자정노력 절실 = 하지만 무엇보다도 판매사들의 자정노력이 가장 큰 관건이라는 데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유관기관이나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에 앞서 직원교육 강화 및 실적 위주 영업 지양 등 판매사들의 자정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즉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 내에서도 상품지식은 물론 윤리의식에 대한 직원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각 판매사간 경쟁을 위한 실적 위주의 영업을 지양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판매상품도 자회사 상품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품을 갖춰 고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준법감시 등 내부통제 체계를 바로 세워 불법·편법영업에 대한 단호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이밖에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내용을 인터넷사이트 고객센터의 FAQ 형태로 안내장을 만들어 문의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시도해야 바람직할 것이라는 논리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안에 적립식 펀드 판매실적이 10조원을 달성할 것이라지만 판매사들의 영업수준은 10조원에 크게 못미치는 실정”이라며 “적립식 펀드 규모가 크면 클수록 판매사들의 영업수준도 발맞춰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j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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