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추세는 외국계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국내 보험사들은 그룹 계열사 IT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생명보험업계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 선택적 아웃소싱 고려 = 국내 대형 보험사 가운데 교보생명이 가장 적극적으로 IT 아웃소싱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연구를 거쳐 내년 초에는 아웃소싱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현재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교보생명은 한국IBM, 한국HP, 삼성SDS, LG CNS, 액센츄어, EDS 등 6개 업체에 RFI(정보제공요청서)를 발송해 자료 취합을 완료했다. 자료에 대한 실무진 검토도 진행된다.
교보생명은 올해 말까지 IT 아웃소싱 제도 도입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도입 여부를 확정해 RFP(제안요청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RFI를 제출한 업체들 외에도 IT 관련 업체에 참여의 폭을 열어놓을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교보생명 CTO 황주현 전무는 “알리안츠생명과 비슷한 형태의 ‘선택적 아웃소싱(Selective Outsourcing)’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리안츠생명은 한국IBM과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PC 등 데이터센터, 재해복구센터 인프라 운영 부문에 대한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다.
교보생명이 IT 아웃소싱 제도를 도입한다면 일부 계열 IT업체에 위탁해 시스템을 운영하는 형태와는 다른 형태의 대형사 사례로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지금까지 보험권에서는 현대해상이 현대HDS 등 IT 자회사를 편입해 아웃소싱을 맡기거나 삼성생명, 화재 등이 삼성SDS 등을 통해 아웃소싱했다.
그러나 국내 대형 보험사 중 계열사가 아닌 폭넓은 IT 업체를 대상으로 아웃소싱을 검토한 사례는 교보생명이 첫 사례다.
교보생명은 2003년부터 아웃소싱의 기본 인프라라고 불리는 ‘SLA’ 구축 등으로 아웃소싱 기반 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SLM(서비스 수준 관리)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고 올해는 IT 자산관리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 외국계 중심으로 관심 높아 = IT업계에 따르면 올해 보험권에서 IT 아웃소싱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는 곳은 교보생명을 포함해 2~3개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보생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보험사 대부분이 아웃소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라며 외국계 보험사의 아웃소싱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강조했다.
알리안츠생명이 먼저 10년간의 계약을 체결한 것도 외국계 보험사의 관심이 높아지는데 기여했다. IT 업계에 따르면 세계 50대 금융기관 중 70%가 IT 아웃소싱을 통해 IT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비용절감이 이슈가 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 버트란 도리니 부사장도 인프라 부문의 IT 아웃소싱을 추진하게 된 첫 번째 배경으로 ‘비용절감’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의 질이 비용으로 환산된다는 점에서 IT 전문 업체를 통한 아웃소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IT 아웃소싱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수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금융권 중 보험업계에서의 확산이 타 금융권에 비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 경영인 체제보다는 ‘오너 체제’가 책임을 갖고 IT 아웃소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 금융권 IT 아웃소싱 업체 전문가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직 보험권에서 관심 갖고 있는 아웃소싱은 선택적 아웃소싱으로 인프라 부문에 한정됐다.
올해 초 한국IBM과 아웃소싱 계약을 맺은 태평양이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든 운영을 한국IBM에 맡긴 것과는 달리 한정된 부문에서의 접근이 우선 이뤄지고 있다.
태평양도 인프라 부문을 먼저 아웃소싱하다가 몇 년 뒤 애플리케이션까지 대상을 확대한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보험권 아웃소싱도 확대될 것으로 IT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 중에는 메트라이프생명이 인도 IT업체에 위탁해 업무 개발도 오프쇼어 아웃소싱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IBM 글로벌서비스 강석영 상무는 “IT업체가 파트너란 개념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글로벌 동향 등 정보를 갖고 있는 전문업체로의 아웃소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 금융업계에서 아웃소싱 도입은 여전히 어려움이 따르는 작업이다. 타 대형 프로젝트와 달리 사업자 선정 과정도 길고 복잡하다.
알리안츠생명이 1년 동안 검토했으며, 지난해 11월 한국IBM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에도 본 계약 체결까지 약 5개월이 더 소요됐다.
교보생명 역시 사업자 선정과 제도 도입을 장기적인 작업으로 보고 있다.
송주영 기자 jy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