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지난해에 이어 많은 금융기관들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할 계획에 있다.
본지는 앞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CIO(최고정보책임자) 및 전산부장,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거나 검토하는 CIO 등의 관계자를 통해 은행권이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앞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CIO 및 전산부장은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규정한 후 진행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또 전 직원의 변화관리, 실제 환경에 가까운 테스트 환경 마련, 여유 있는 일정 및 예산 수립, 적절한 인력 배분 및 관리 등의 중요성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빅뱅 및 단계적 구축방식, 코어뱅킹 시스템 다운사이징에 대해서는 안정성 및 효율성 측면에서 다소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 정확한 정의를 규정해라 = 대부분의 은행권 전산 관계자들은 차세대시스템 구축의 가장 기초적인 공사로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정의 규정을 꼽고 있다. 은행에 맞는 정확한 정의가 내려져야만 적절한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은행권 시스템은 지난 1990년대 일본서 들여온 종합온라인시스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고객 보다는 업무 위주로 구성돼 급변하는 금융 이용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고객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이 불가피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은행권 한 전산부장은 차세대시스템은 “IT기술 발전으로 인해 기존 공급자 위주의 시스템에서 고객중심으로 전환된 금융 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결국 은행이 추구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목표는 △즉각적인 고객 맞춤 상품과 서비스 대응 가능 △24×365 서비스 가능 △무장애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 중론이다.
◇ 변화관리에 치중하라 =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이뤄지면 그에 맞는 전 직원의 변화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차세대시스템은 전산부서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따라서 성공적인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전 직원이 참여하는 변화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앞서 진행한 전산부장들은 말하고 있다.
은행권 한 CIO는 변화관리를 인력, IT업체의 기술지원과 함께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3대 중요 요소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는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이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변화관리를 주도할 인력이 없는 것이 문제다.
앞서 차세대시스템을 진행한 은행 중 우리은행이 변화관리에 많이 신경을 쓴 것으로 은행권에서 평가받고 있다.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한 우리금융정보시스템은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앞서 지점장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신시스템 단말 조작연수(CBT)’를 1·2차 시행하고 사이버 게임식 연수 프로그램인 ‘백두대간’을 오픈하는 등 변화관리에 주력했다.
실제 우리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가동 직후 발생된 전산 장애에 대한 원인 중 단말 조작의 실수로 인한 것은 적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화관리 방안으로 구축 경험을 갖고 있는 IT업체 활용, 앞서 구축한 은행 사례 벤치마킹 등이 제시되고 있다.
기업은행 서재화 부장은 “변화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형식적인 구축에 멈추고 만다”며 “그럴 경우 시스템 개발은 물론, 운영도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직원들은 기대만 하다가 불만을 토로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된다”고 우려했다.
또 우리은행 신희선 지점장(전 정보시스템부장)은 “헬프 화면을 통해 모든 것을 갖췄다 하더라도 가동 당시에는 영업점 직원들이 원활한 거래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빈번한 거래과목 코드는 외우는 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변화관리 없으면 형식적 구축에 불과
중요 고려사항…실제 환경에 맞춘 테스트
여유있는 일정과 예산
키맨 정규직과 경영진의 지속적 관심
◇ 실제 환경 테스트를 마련해라 =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위해서는 가동 전에 실제 환경에 맞춰 모든 거래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문제점을 찾고 보완해야 가동 후 완벽하게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우리은행 신희선 지점장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실제 상황에 맞춰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선 기업뱅킹의 경우 은행이 거래하는 모든 기업에게 테스트를 하기 위해 맞춰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고 또 이 요구를 기업이 수용해줄지도 의문이다.
또 규모가 작은 업체인 밴(VAN:부가통신망) 업체 등은 테스트 기계도 없고 담당자도 없는 경우가 많아 거래 테스트는 생각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가장 거래가 빈번하고 거래 유형이 다른 몇 개 기업을 샘플로 선정해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 외에도 대외계, 금융망, 타행환 등에 대한 테스트도 현실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테스트 들이다.
특히 각종 채널 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ATM(금융자동화기기) 등의 테스트가 어렵기 때문에 향후 실거래시 전자채널서 발생될 수 있는 각종 변수를 찾아 이에 따른 시나리오를 작성, 충분한 연습을 시행해야 한다.
직원들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테스트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 담당직원이 지쳐 진행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담당직원이 한명일 경우 해당 직원을 쉬게 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작용된다. 따라서 테스트에 있어 중요 업무일 경우 별도의 백업인력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충고하고 있다.
◇ 충분한 일정과 예산을 책정해라 =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은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해 2년여 정도의 일정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앞서 진행한 전산부장들은 될 수 있으면 여유 있는 일정을 잡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은행이 전체적인 일정을 잡을 때 보통 차세대시스템 EA(엔터프라이즈 아키텍쳐)를 통해 전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지만 이미 대략적인 차세대시스템 구축 완료일정을 정해 놓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일정은 은행 관계자들이 ‘한번 해보면 되지’, ‘은행 상황 상 그때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수립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럴 경우 대부분이 프로젝트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또 초기 사업자 선정단계에서 예상보다 많은 시일을 소모하기 때문에 일정이 더욱 촉박해지기도 한다. 이럴 경우 급변하는 금융업무와 제도 등의 환경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테스트만도 1년 이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앞서 진행한 금융기관중 구축 완료 일정을 많게는 3차례까지 연기한 사례도 있다.
한 은행 전산부장은 “과거에 비해 업무 강도나 마인드가 많이 변했다”며 “2년여의 구축기간은 최소한의 기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예산도 당초에 비해 인건비 상승률, 점포 수 증가율 등을 고려해 폭 넓게 책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빠듯한 예산은 비용절감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안좋다는 설명이다. 이는 예산 부족으로 인한 인력 등의 ‘리소스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유 있는 예산에서 시스템 구축을 진행해 질도 높이고 비용절감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 적절한 인력배분 및 관리 = 차세대시스템 개발에는 은행 내 정규직 인력을 포함해 비정규직, 외주 직원들 등 다양한 인력이 함께 참여하게 된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산 관계자들은 레거시(Legacy) 시스템 부문에 대한 핵심인력은 정규직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기술력이나 인건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인터페이스, 웹서비스 등의 부문은 아웃소싱 인력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각 시스템 개발 부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키맨’ 중에는 반드시 정규직 인력을 둬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아웃소싱 인력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은행을 떠나기 때문에 결코 향후 운영에 있어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향후 프로그램 운영 측면도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진행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 경영진 및 전 직원의 참여 = 차세대시스템은 고객 위주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로 경영진은 물론, 전 직원이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 특히 경영진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또 프로젝트가 끝난 후 개발에 참여했던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의욕을 갖고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보상 체계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 기업은행이 지난해 9월 은행권 최초로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고 가동식을 가졌다.
▲ 지난해 9월 차세세시스템을 가동한 우리은행이 가동직전에 전 영업점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혜권 기자 hk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