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과 제2금융권 곳곳에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선두업체부터 중소업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희망퇴직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거의 없을 정도다.
바야흐로 구조조정의 시대다.
◇국민은행發 구조조정 태풍..은행권 확산 전망
은행권에선 국민은행이 올해 처음으로 구조조정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6일 국민은행 노사는 올해 3800명 수준의 인력을 감원키로 합의했다. 내달 31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된다.
국민은행은 향후 2007년까지 조직의 적정인원수를 2만2538명으로 보고, 올 감원인원을 포함해 현 인원의 17.7% 수준인 4800명을 줄일 방침이다. 국민은행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감에 따라 신한은행이나 조흥은행, 우리은행 등도 인력 감축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희망퇴직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올해도 삼성증권과 우리증권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 2005년도 험난한 한해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업계, 삼성·우리 `희망퇴직`..험난한 한해 예고
26일 우리증권에 따르면 지난 25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결과 전체 직원의 15%수준인 11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직급과 근속연수에 따라 최저 7개월치에서 최대 20개월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받게 된다.
삼성증권도 이달 말까지 조직슬림화 방침에 따라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 증권사는 최근 20여개 지점 축소를 동반한 지점거점화와 대팀제 도입 등 조직효율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우리증권과 합병을 앞둔 LG투자증권도 희망퇴직 실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도 각각 동원금융지주와 하나은행과 합병을 앞두고 희망퇴직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악몽 되살아나"
그동안 업계 구조조정 휘오리에서 한발 비껴나 있던 증권 유관기관도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 통합대상기관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기관별로 90여명이 신청했다.
증권예탁원도 내달 중으로 전체 인력의 15%정도를 감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사들도 방카슈랑스 확대와 홈쇼핑 판매 등 보험판매 방식이 바뀌면서 보험사들이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과 대한생명은 최근 조직구조 슬림화를 단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조직개편에 뒤이어 인력감축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말 흥국생명은 조직개편과 함께 240여명을 감원한 바 있다. 삼성카드 이달 말까지 생산성 증대를 목적으로 한 조직개편과 함께 명예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IMF 이후 모든 금융기관이 동시에 구조조정이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며 "과거에는 위기에 따른 수동적인 대응이었다면 이번에는 조직 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 능동적인 대응"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대상일 수 밖에 없는 직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하다"고 푸념했다.
<이데일리 제공>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