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에서 수익증권으로 말을 갈아탄 고객이 다수인 현 상황을 감안, 시장여건의 갑작스런 변화에 따라 은행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금리상승, 펀드수익률 경쟁 등 시장상황에 따라 수익률 변동폭이 클 수 있고 이에 정기예금에서 수익증권으로 옮겨간 안정 지향적인 보수 고객의 불만이 확산, 은행에서도 과거 증권 투신에서의 분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
특히 펀드의 경우 은행의 정기예금 등과 달리 원금손실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 은행은 계속 시장 트렌드만 쫓아 판매실적에 급급해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은행이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펀드의 원금보장 여부에 대해 고객 이해도를 높이는 마케팅 차원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한국씨티은행 등 소위 빅5 은행의 최근 펀드판매고는 3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이 16조190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하나은행(4조8809억원) 한국씨티은행(4조2158억원) 신한은행(3조956억원) 우리은행(2조1942억원) 순이다.
문제는 판매잔액 ‘급상승’에 따른 부작용. 정기예금에서 수익증권으로 옮겨간 고객이 다수인 상황에서 시장여건의 갑작스런 변화가 발생하면 이에 노출될 리스크 관리에 헛점이 생기기 때문이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과거 카드채 사태, 금리상승, 펀드 수익률 경쟁 등 모든 시장 변수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져 펀드 환매사태가 터질 우려가 있다”며 “리스크를 고려치 않은 현재 은행의 펀드판매 형태는 일시적이며 은행중심의 펀드판매는 다시 증권사로 넘어올 것으로 본다”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난해말 펀드 판매잔액은 4622억원. 1년 새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무려 다섯 배가 넘는 성장세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말 기준 1조3835억원의 판매잔액이 11개월만에 5조원에 육박해 4배 가량 증가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1년 새 두 배 늘어났다.
반면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펀드판매 추이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銀 ‘급등’ 한국씨티銀 ‘완만’
“금리변동 등 시장여건 변화시 고객분쟁 우려”
한미은행의 최근 펀드 판매고는 1조6658억원으로 2002년 1조2000억원에 비해 5000억원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펀드판매는 2002년 1조8200억원, 2003년 2조2300억원, 2004년 12월 현재 2조5500억원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으며 특히 수익증권 중 MMF는 아예 팔고 있지 않다.
투신사 상품개발팀 관계자는 “은행상품에서 펀드로 옮겨간 고객들이 투신상품에 대한 이해도도 적을 뿐 아니라 은행간 수익률 게임을 하다 보면 채권의 편입비율이 한 쪽으로 쏠려 과거 카드채 사태를 재현할 우려가 있다”며 “정기예금 등 은행상품과 투신상품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한 세심한 이해와 설명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투증권 서준식 펀드매니저는 “지금까진 금리가 떨어져 펀드 수익률이 성과를 내 왔지만 갑자기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은 급락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수익증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은행고객의 불만에 따른 분쟁이 급격히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 투신상품팀 관계자들은 저금리 기조에 맞춰 은행은 펀드판매에 적극적인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고 이 같은 상승세는 앞으로도 꾸준할 것으로 본다는 시각이다.
은행 펀드판매 현황
(단위 : 억원)
홍승훈 기자 hoony@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