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일류로’ 합창 현노력이 문제
“수수료 현실화 난망 수익내기 어려워”
은행들이 △경기회복 지연 △저금리 지속 △경쟁격화 등의 3각 파도를 넘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단기적 처방과 함께 중장기적인 핵심분야 경쟁력 우위 확보를 겨냥한 새해 전략을 가다듬고 있어 주목된다.
이렇다 할 신수익원은 없다. 때문에 한정된 분야를 둘러싼 피말리는 경쟁이 진행되면 출혈경쟁마저 예견되고 있고 비용절감 노력도 대세를 점할 전망이다.
특히 방카슈랑스와 투신상품 등 새로이 각광 받는 분야에 저마다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은행산업의 제3차 서열화가 이 부문에서 판가름날 수도 있다.
◇ 가격·서비스 차별화 단기경쟁력 1차 변수 = 황영기닫기

황 행장은 또 “리스크관리에 실패하지 말자”고 강조하며 건전한 여신문화 정착과 예산 및 IT비용 관리 등 판매관리비의 적극적인 절감노력에 치중할 것임을 밝혔다.
사실 이같은 방향설정은 은행 CEO 가운데 가장 최근에 이뤄졌다는 것 말고는 새로울 게 없다.
그러나 현실 인식의 강도는 최근일수록 심각하다는 게 금융계의 일치된 견해다.
올 하반기 은행들은 부실여신은 되도록 줄이고 우량 자산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 주류였다.
A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환율의 불확실성까지 겹친 지금 상황에 비춰 보면 느슨한 목표 설정이었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올해 말과 20005년 은행의 생존 전략은 부실여신 축소나 우량자산 확대는 별도로 강조할 내용이 아닌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씨티은행과 하나은행이 불꽃을 당겼던 특판예금 경쟁 양상 역시 앞으로 벌어질 무한경쟁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고 지적해왔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취임사를 통해 밝힌 비전도 리스크관리 강화, 겸업역량 극대화, 비용절감 노력 등 황행장 경영방침과 비슷하다.
◇신수익 분야 둘러싼 생사 건 승부 불가피= 금융계 한 전략 담당자는 이와 관련 “부실 억제를 위해 보수적으로 여신을 취급하고 여신회수를 위해 집중하는 정도로 눈에 띄는 성과를 얻기 힘든 구조라는 건 다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이자부문 수익 극대화 노력을 벌인댔자 방카슈랑스나 수익증권 등 판매 수수료를 늘리는 것 말고는 뚜렷한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당부한 민간연구소 한 임원도 “은행들이 한 동안 각종 수수료 현실화를 통한 비이자 수익 증대 움직임을 보였으나 경기가 나쁘면 소비자들의 반발심리도 커질 수 있는 데다 은행끼리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몇몇 수수료를 올린다는 건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거느냐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내년 은행산업의 판도는 그 동안 축적해온 리스크관리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신수익 분야 경쟁력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수익 분야로는 우선, 본격 경쟁이 불붙을 방카슈랑스나 수익증권 등의 투신상품 부문에서 상품 개발 및 판매 역량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가 다르게 거래 건수와 금액이 커지고 있는 파생상품도 경쟁력의 척도가 될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
또 달러 값 변동폭 확대와 이에 따른 국제 기축통화권의 대응과 국내 정책당국의 동향 등 대외부문 여건의 격심한 변동 때문에 현·선물 시장을 아우르는 경쟁우위를 갖춘 은행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마다 직원들 역량 ‘넘버원’을 부르짖고= 게다가 황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이 모든 분야에 걸쳐 국내 시장에서 메이저플레이어가 되겠노라고 선언한 것과 관련 “좋은 경쟁상대가 있으면 금융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직원들이 장기적 승부에서 퀄리티 넘버 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강정원 행장이 강조했던 국제최고 수준의 경영관행이나 국제 일류 겸업역량도 같은 흐름이다.
또 신한금융지주가 추구해온 뉴뱅크 역시도 ‘차별화되고 업그레이드된 선진수준의 금융역량 확보’로 2008년 은행권 1위를 목표로 선언한 바 있다.
비록 임직원들을 경쟁의 도가니로 몰아 넣더라도 역량을 극대화할 조직 인사 운용의 묘는 물론, 인력개발과 평가보상의 합리적이고 효율적 문제도 중대 지표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론 은행 경영 역량의 종합예술화를 먼저 이루는 은행만이 최후의 승자로 자리잡게 된다는 이야기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