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앞서 재개발에 성공한 선진 도시들은 나름대로의 설계와 파이낸싱 기법으로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 日 록본기힐즈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54층 빌딩이 도심 한 가운데를 지키고 서있다. 그 옆으로도 만만치 않은 높이의 43층짜리 주거용 건물이 늘어서 있다. 일본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이 곳엔 휴일이면 10만명의 인파로 북적인다.
동경 중심부 3만3000평의 공간에 기업 사무실에서 주택 소매점 영화관 호텔 방송국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 집약돼 있는 곳, 록본기힐즈다.
록본기通과 환상3호선 연계 불능으로 최악의 교통정체 구역으로 불렸던 록본기 지역이, 동경 최고의 문화중심지이자 교통 요충지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30년 동안 노후 건물이 자리잡았던 지저분한 땅이 동경의 21세기 대표 도심으로 떠오른 것은 동경시가 도심 교통 요충지위에 예술과 인텔리전스가 결합하는 ‘Artelligent(Art + Intelligent) 시티’를 만들겠다는 야심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탄생한 록본기힐즈는 현재 ‘동경 도심에 활력과 신선함을 불어넣은 재개발의 상징’으로 인정받는다. 오피스 1만5000명, 방송센터 3000명, 주거동 2000명 등 2만명이 상주하는 도심속의 또 하나의 도시이기도 하다.
‘Only One’ 개념을 도입해 30대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만든 곳이다. 패스트푸드나 캐쥬얼 스타일을 배제하고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스피드 푸드’를 맛볼 수 있다. 호텔 백화점 병원 등 모든 편의시설을 한 곳에서 접할 수 있다.
록본기힐즈가 타깃으로 하는 모든 것은 록본기로 반드시 모이게 만드는 힘이 동경을 한층 젊게 만들고 있다.
◆ 25년 프로젝트 파이낸싱
일본 대부분의 상업 시설은 분양보다는 임대로 이뤄진다. 록본기힐즈의 상업시설도 마찬가지. 모리부동산이 오피스와 호텔 및 상업시설을 대부분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 주택동의 저층부 상업 시설도 모리 소유다. 통상적으로 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마련하는 우리와는 크게 다른 셈이다.
이처럼 임대로 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개발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의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모리의 선택이다.
개발전에는 이자로, 개발후에는 개발 이익 일부를 금융회사에 배분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금융권 설득에 성공한 모리부동산은 25년에 걸친 환수 조건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개발자금 조달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위원은 “투자자들간의 리스크 분담이라는 실질적인 의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이뤄진 사례”라고 말했다.
▲ 17년의 사업기간 끝에 지난해 준공된 록본기힐즈 전경.
한기진 기자 hkj7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