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은행들은 걱정이 없다는 표정이다. 풍부한 유동성 속에 그래도 은행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지닌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도 든든하지만 자신감의 밑바탕엔 저금리를 ‘타고 난’ 상품들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 국면에다 국내 주식시장이 미덥지 않다는 조건은 채권형을 기본으로 하는 복합 상품을 빛나게 하는 직접적 조명이 되고 있다. 적립식 수익증권도 장기간에 걸친 분산 매입으로 대박을 노려볼 만한 상품으로 인정받으면서 증시가 나쁘면 나쁜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울러 국내 시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상품이 없으면 나라 밖으로도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 소비자들의 수익 기대치 충족을 위해 기를 쓰고 있는 모습들이다.
여기에 금리보다 더 필요한 부가기능을 갖춘 상품들도 은행과 소비자 모두를 쌍방향 만족시키는 ‘기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채권투자를 기반으로 한 상품으로는 국민은행이 20일 채권형 수익증권 2종류를 내놨고 신한은행이 15일부터 내놓은 봉쥬르 혼합투자신탁 2호가 있다.
이들 모두 10월1일까지다. 조흥은행도 봉쥬르 혼합투자신탁3호를 오늘부터 판다.
국민은행 상품은 채권 안정성을 바탕으로 KOSPI200 지수 변동을 노린 것이고 신한·조흥은행은 국내 채권투자 기반에 닛케이225지수 등락에 재미를 보겠다는 상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믿는 분들이라면 1년 이상 채권형에 투자하면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이 나오니까 유망하다”고 권했다.
우리은행은 7월말 출시한 ‘1060적립식 플랜’이 자금이탈을 막아주고 있어 흐뭇하다는 눈치. 바로 이 ‘1060’같은 적립식 주식형 수익증권의 자금 흡인력은 은행들마다 꾸준하다는 게 일치된 평이다.
조흥은행도 지난 4월 내놓은 ‘미래든 적립식주식투자신탁’ 실적이 180억원을 훌쩍 넘어 섰고 최근엔 신한은행이 이 상품을 덩달아 팔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KOSPI나 닛케이지수 투자는 낡은 수법이라고 외치고 나선 하나은행도 눈길을 끈다.
하나은행은 범중국권에 단단히 ‘돈독’이 올랐다. PCA 그레이터 차아나 ELS펀드는 홍콩 항셍지수는 물론 중국 FTSE Xinhua25, 대만 MSCI 타이완 지수에 분산 투자해 분기별 수익률을 누적시켜 지급한다.
채권형이건 주식형이건 은행들의 상품은 소비자 투자성향에 맞춰 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 조건 못지 않게 세금우대도 중요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부터 세금우대 한도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고 65세에서 60세로 완화됐다”면서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금리는 흡족하지 않더라도 덤이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권했다.
적은 부담으로 장기저축을 하며 비과세 효과까지 누리는 조흥은행의 ‘평생 비과세 장기주택마련 주식투자신탁’이 세테크 장점을 덕볼 대표적 상품이다.
이와 함께 요즘은 금리보다 더 소중한 혜택으로 유혹하는 은행들도 늘었다. 웰빙 욕구를 흠뻑 채워주는 것이나 연령이나 특정 성별의 특정욕구에 맞춘 특화형 서비스로 무장한 상품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농협은 아예 금리보다 부가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겠다는 신념으로 뭉쳐 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웰빙모아예금과 출산·육아를 지원해주는 해피맘예금이 대표적이다. 해피맘은 이달 들어 팔기 시작해 2000억원을 끌어들였다고.
우리은행에겐 은행권 처음으로 2002년 내놨던 ‘우리사랑 레포츠 예적금’이 보면 볼수록 보배로운 효자다.
최근까지 판매실적이 7조5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레포츠와 레저 열기가 식을 일이 없을 것이란 점이 이 상품의 생명을 무한정 늘려주고 있다.
정희윤·양창균·원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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